“깍두기를 별모양으로 했더니 아이들도 좋아하네요”

입력 2020-12-21 04:03
별모양 깍두기. 담채원 제공

‘네모나게 썰지 않으면 깍두기가 아니다’는 상식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다. 매운 깍두기를 기피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학교에 납품하는 깍두기를 아이들에게 친근한 별이나 하트 모양으로 깎아보자는 발상도 그래서 나왔다. 박대곤(49) 담채원 대표는 20일 “김치를 잘 안 먹는 아이들이 사랑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어 봤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20년째를 맞는 김치 제조·가공업체 담채원의 이 발상은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유기농 김치를 만들어 경기도 학교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모양을 고민했다.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라 아이들의 기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소하지만 배려가 엿보이는 아이디어는 이것만이 아니다. 담채원이 위치한 충남 태안군 인근 지역에서 농산물을 수매하는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고추의 경우 직접 농사를 짓지만 배추는 지역 농가에서 수매하고 있다. ‘계약 재배’라는 형태를 취했다. 품질이 고른 배추를 도매시장 등에서 필요할 때 떼어오는 방식 대신 계약을 맺고 직접 공급을 받았다. 납품에 영향을 미치는 수확량, 품질이 들쭉날쭉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생을 택한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눈에 띈다. 김치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김치 담그기 체험 외에 지역 농가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농산물을 공급해주는 농가와 연계해 아이들이 밭작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금을 공급하는 천일염 가공업체와도 비슷한 방식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고(1차) 가공하고(2차) 체험하는(3차) 과정을 지칭하는 ‘농촌융복합산업’ 구도를 지역 농가들과 함께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협업 구도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담채원은 올해 67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올린 실적(47억원)과 비교해 42.6% 정도 매출이 늘었다. 올해의 경우 예년과 비교해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7년 7월부터 이어온 홍콩 수출이나 지난해 처음 시작했던 미국 수출이 모두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글로벌 유통망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궈낸 ‘상생’이라는 결과물은 정부에서도 주목했다. 담채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9월 시상한 ‘제8회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올해의 대상을 수상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로한 기여가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