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대 챔피언 자리에 오른 울산 현대가 대회 종료와 함께 김도훈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올 시즌 리그와 FA컵 우승에 실패하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행보다. 평균 연령대가 높은 선수단 역시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이적설이 다수 흘러나오고 있어 새 감독과 함께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울산 구단은 20일 홈페이지에 “김도훈 감독과 4년간의 동행을 마치고 작별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서 이란 팀 페르세폴리스를 2대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고서 나온 발표다. 울산은 2012년 이후 8년 만에 무패로 우승했다. 구단은 귀국 전 카타르 현지에서 김 감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 감독과 울산의 결별은 지난달 전북 현대에 리그 우승을 내준 데 이어 FA컵 결승에서마저 패한 직후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김 감독 부임 이래 구단 운영진은 거액을 투자해 대표팀급 선수단을 꾸렸지만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는 부임 첫해인 2017년 FA컵 우승이 유일했다. 강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중요한 고비에서 꼭 미끄러져 우승컵을 놓쳤다. 축구계에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을 이뤄냈던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김 감독의 후임으로 올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김 감독은 우승 뒤 그간 힘들었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19일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다. 준우승 두 번을 하고 침체된 분위기였기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부친의 별세로 심적 고통이 컸음을 밝힌 김 감독은 “축구가 즐거워야 하는데 준우승을 두 번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했다”면서 “마지막으로 집에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시아 챔피언을 달성한 울산이지만 시즌 종료와 함께 선수단은 개편을 맞이할 전망이다. 수비수 정승현과 미드필더 원두재 정도를 제외하면 현 주전급 선수 중 20대가 드물다. 나이뿐 아니라 새로 부임할 감독의 색깔에 맞춰야 한다는 점 역시 개편이 유력한 이유다.
결승전에서 페널티킥 2골을 몰아친 올 시즌 K리그 득점왕 주니오는 만 33세로 이적이 유력하다. 이미 시즌을 앞두고 국내 타구단과의 이적이 추진되기도 했다. 고국 피지컬 코치에게까지 직접 연락해 몸 관리를 철저히 해온 데다 이번 시즌 보여준 기량까지 고려하면 국내외에서 그를 원하는 팀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올 시즌 붙박이 주장 신진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이청용도 만 32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울산 소속으로만 ACL 2회 우승을 달성한 이근호는 만 35세, 결승에서 활약한 박주호도 만 33세다. 교체선수로 나와 쏠쏠히 활약한 미드필더 고명진 역시 만 32세다. 다만 지난 16일 공개된 자유계약(FA) 자격 취득 선수 명단에서 울산 소속 선수 중 준주전급 이상 선수는 없었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선수단은 국내로 복귀해 자가격리 일정이 끝나는 대로 다음 달 10일쯤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신임 감독 선임과 선수단 개편 폭 역시 그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