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추운 날씨는 무릎 관절 통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혈액 순환이 저하돼 무릎 주변이 뻣뻣하고 시린 통증이 심해진다. 무릎 연골이 닳고닳아 뼈와 뼈 사이가 붙어있는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들은 더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관절염 말기가 되면 다리를 쭉 펴도 무릎 뒤 오금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무릎 사이 간격이 벌어지는 다리 변형이 나타난다. 약물이나 주사 치료 등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하다.
무릎 통증 겨울에 더 심해
겨울엔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1월 월 평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1만3101건으로 그 외 월 평균(9045건) 보다 약 44.8% 많았다. 무릎 관절에 무리가 많은 농촌지역 노인들의 경우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비교적 쉬어가는 겨울철에 미뤄뒀던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도 하고 추위에 더욱 극심해지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수술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뼈를 깎아낸 뒤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의 구조물을 삽입해 관절 기능을 회복하고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 때 로봇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로봇 수술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 절삭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미리 계산해 뼈를 깎아낼 수 있고 무릎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여준다.
최신 ‘마코(Mako)로봇’ 수술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환자의 무릎 뼈 컴퓨터단층촬영(CT)영상을 3D로 변환해 관절 손상 범위, 필요한 인공관절 크기와 위치, 각도 등을 확인한다. 해부학적 구조를 보며 수술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환자마다 다른 무릎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을 진행할 때 계획된 수술 범위 밖의 뼈 절삭을 막아주는 기술(헵틱)이 있어 근육, 인대, 힘줄 등 주변 조직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수술할 때 가상의 절삭 가이드라인(헵틱 존)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해 준다. 창원힘찬병원 이상훈(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주변 조직의 미세한 손상은 인공관절 수술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데, 이런 수술 후 통증 감소는 환자들의 재활을 도와 회복 속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2017년 국제골관절연구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총 139명 대상 연구에서 수술 후 첫날부터 8주(56일째)까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그룹의 평균 통증 지수가 일반 수술 환자 그룹의 그것보다 약 55.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전세계에서 수많은 임상 사례와 연구논문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특히 가장 진화된 모델인 마코는 정형외과 수술 로봇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미국 유럽 등 26개국에서 최근까지 35만건 이상 시행됐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과 힘찬병원, 세란병원, 단디병원, 부산센터럴병원, 서울부민병원 등에 도입돼 있다. 마코 로봇 제작사인 스트라이커사 심현우 한국 대표는 “다양한 임상 경험을 갖춘 숙련된 의료진이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 더욱 효과가 높아 수술 성공률은 물론 환자 만족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다리 정렬 더 바르게 교정
관절염 말기의 경우 다리가 O자로 휘어지며 변형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많다. 걷거나 서 있을 때 무릎 안쪽으로 하중이 커서 내측 연골이 많이 닳으면 다리가 O자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다리 변형으로 중심축이 일직선에서 벗어나면 연골 손상이 더 커져 관절염이 가속화된다.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다리 정렬 축을 바르게 교정하는 것이다. 이 때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다리 정렬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더 바르게 교정할 수 있다.
실제 도입 5개월 만에 인공관절 수술 1000건을 돌파한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와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 각 500명씩 1000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로봇 수술 환자의 다리 정렬 각도는 수술 전 9.3도에서 수술 후 1.9도로 7.4도 교정됐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수술 전 9.1도에서 수술 후 2.7도로 6.5도 교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전후 다리 정렬 각도 차이에서 로봇이 1도 가량 더 우수하게 나온 것. 다리 축이 바르게 교정되면 조기 마모를 예방해 인공관절의 수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
수술 부위에 혈액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헤모박(피주머니)’을 통해 배출되는 혈액의 양도 로봇 수술이 더 적었다. 로봇 수술 환자의 배출 혈액량은 평균 198.4㎖, 일반 수술 환자는 평균 235.4㎖였다. 출혈 감소는 추가 수혈 부담을 줄여줘 합병증과 감염 위험을 낮춘다.
또 수술 후 평균 10일 뒤 무릎 관절 가동 범위를 조사한 결과 로봇 수술 환자는 평균 120.4도, 일반 수술 환자는 평균 114.4도로 6도 가량 차이 났다. 로봇 수술이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데 더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로봇 수술로 통증이 줄어 환자들이 재활운동에 더 적극 나설 수 있고 이를 통해 관절 기능 회복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힘찬병원 이태훈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말기 관절염 환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나타날 정도로 오래 앓아온 경우가 많다”며 “기존 인공관절 수술 결과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90% 이상에 달하지만 로봇을 이용하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더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은 정교하고 섬세한 절삭을 바탕으로 환자의 하지 정렬 및 관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마코 로봇 수술은 환자별 맞춤형 수술 계획을 미리 짜고 수술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진행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