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얼마 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에서 미국이 레버리지를 가지려면 동맹국들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일관된 대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전략 수립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집권 즉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중국과 무역협상 1단계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로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집권 후 우선순위는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며, 미국 내 주요 산업과 자국민 일자리에 주된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는 다자무역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발언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최근 애틀랜틱카운슬의 세미나에서 이야기했듯 양분화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중국과 경쟁 및 협력하려는 비전을 실제 정책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험난할 것임을 보여준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인구와 경제 규모로 볼 때 글로벌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 지역의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갈 리더가 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 정책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설령 바이든 행정부에서 명칭은 바뀌더라도 이 지역 질서를 미국의 지도하에 재편하려는 내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이 전 세계 정치·외교·경제 전반에 걸쳐 끼치는 파급 효과를 생각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가 잘 짜여진 대중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어놓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 가능한 접근법과 정책안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든 외교안보팀 주요 인사들의 대선 이전 싱크탱크 출판물이나 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유추할 수 있다.
첫째,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분야를 이끄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항할 정책 방안을 공동으로 강구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정책안이 눈에 띈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일본 한국 등이 그 참여국으로 거론되며 5G,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지노믹스(genomics), 사이버 안보, 반도체, 사물인터넷 등이 눈에 띈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관련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로 이뤄진 다자간 수출규제 체제를 만들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파는 것을 제한하자는 정책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확장을 막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G 인프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 기술을 보유한 동맹국들과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대한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예를 들어 미국 혹은 동맹국이 제공하는 안전한 5G 인프라를 설치할 때 누리는 정치경제적 인센티브와 중국이 제공하는 5G를 사용할 경우 초래될 리스크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산업 위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 또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조 및 생산 과정에서 일본 네덜란드와 같은 주요 동맹국들과 협력해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정책안이 있다. 첨단 전자기기, 항공기·잠수함과 같은 군사 시설 제작에 필수적인 희토류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또한 우선순위에 있다.
오미연 미국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