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사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피해자 김모군) 걔만 조금 신경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독기관의 관리 부실과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빚어진 참사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말이었다.
국민일보가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SH 건설안전산업본부 회의록을 보면, 변 후보자는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면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는 중이다.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라고 했다. 당시 구의역 사고 책임론에 휩싸였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두둔하며 말한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는 이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라며 “걔(피해자 김군)만 조금 신경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현장이 많다. 조금의 실수가 없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구의역 사고는 2016년 5월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모(당시 19세)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김군은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군의 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내며 국민적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전 대표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의 형을 확정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구의역 사고 이후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라고 썼다. 이어 “무책임과 무반성이 또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듣지 않았다”고 박근혜정부를 비판했다.
변 후보자 발언을 두고 국민의당은 물론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SH 사장 시절 일련의 몰지각한 발언 등을 볼 때 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조차 받을 자격이 없는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김군이 실수로 죽은 것이냐. 정말로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냐”며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비판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와 구조적 재난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변 후보자의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 인식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변 후보자는 이날 국토부 기자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서울 도심에는 일반적 생각과 달리 주택을 공급할 부지가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빌라, 다세대주택 등 저층 주거지의 중층 고밀 개발과 준공업지역 개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이상헌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