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색적인 여야 ‘윤 총장’ 대리전, 자제해야

입력 2020-12-19 04:0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여당 인사들 사이에선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날 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징계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리어 찌질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 아주 무서운 분”이라며 윤 총장이 결국 자멸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용기가 아니라 객기” “작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등 윤 총장의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도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런 여당의 태도에 대해 “법치를 무시하고 대한민국을 민주당 일당 독재국가로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왕조시대의 무소불위 왕이냐”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징계 재가는 문 대통령이 적폐의 몸통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존재한다.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징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신임에 따라 초고속 승진을 해 검찰의 최고봉에 올랐으니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거취를 정하는 게 마땅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조용한 퇴진을 택했던 과거 검찰총장들과 윤 총장의 경우는 다르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수사지휘권 행사가 여러 차례 반복됐고, 직무배제에 이어 징계까지 받은 윤 총장이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검찰 조직의 운영 문제까지 걸린 이번 사안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렸다는 시각이다.

정치라는 게 논쟁적 사안에 대해 명분과 논리를 놓고 공방하는 게 당연하지만, 여야가 마치 대리전을 벌이듯 극단적인 용어까지 써가며 무절제하게 대치하는 것은 국론 분열을 가중시키고 정치에 대한 염증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과열된 정치 논란이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국민의 시름이 깊다는 걸 정치권은 헤아려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

윤 총장의 소송은 18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에 배당됐고 징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이 22일로 잡혔다. 재판부는 과열된 정치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리와 양식에 근거해 엄정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법치의 최후 보루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