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에서의 보고 누락과 의사결정 배제를 이의제기하는 참모들에게 “추후 ‘집단지성’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윤 총장 징계 청구는 참모들의 협의가 생략된 채 결정됐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를 징계 불복 소장에 담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총장 직무가 정지되고 여권의 사퇴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참모들에게 윤 총장 처분과 관련해 “집단지성으로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일부 참모는 지난달 17일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 총장의 대면조사 일정을 잡으려 했던 일을 뒤늦게 알았고,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진상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자 추 장관이 이튿날 조두현 정책보좌관을 통해 참모들에게 ‘집단지성’을 언급한 것이다. 진상조사를 진행한 뒤 윤 총장의 혐의들이 정리되면 차관과 기조실장, 감찰관이 포함된 협의 자리가 있을 것이란 약속이었다.
하지만 일부 참모는 지난달 24일 오후 4시50분쯤에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처분 방침을 통보받았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는 그로부터 1시간여 뒤 추 장관의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이뤄졌다. ‘집단지성 협의’가 고의로 생략된 것인지 다른 사정 때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류혁 감찰관 등은 윤 총장의 징계 청구가 결정될 때까지 아무런 의견을 표하지 못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전자소송 방식으로 정직 2개월 징계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윤 총장은 2개월의 부재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차질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신속한 총장직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에 가해질 외압을 막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윤 총장은 “향후 검찰 인사 때 수사팀의 공중분해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지난 1월 검찰 인사 때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지휘부가 교체됐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