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완전히 놓는 시대.’ 무인 자율주행은 인류가 꿈꿔왔던 미래차의 대표 기술 중 하나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를 뜻하는 ‘레벨 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상용화 시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다. 전기차인데다 타 업체보다 한발 앞선 2.5레벨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을 내놓은 덕을 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최소 3레벨 이상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한 주행 보조 수준을 벗어나 개입을 줄이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전반적인 주행이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4레벨 이상의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3’ 자율주행차를 2022년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2단계 수준인 고속도로 주행보조Ⅱ(HDAⅡ) 기술을 확대한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DP)’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HDAⅡ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차로변경, 조향 및 가·감속, 차간거리 및 차선 유지 등 기능을 수행한다. HDP는 손을 떼고도 시속 60㎞ 범위 내에서 자율주행, 교차로 진출입 시 가·감속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현대차와 미국 앱티브의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미 네바다주로부터 내년 상반기 레벨4 무인자율주행차 공공도로 테스트를 위한 승인도 얻었다. 특수상황을 빼고 사실상 운전자가 필요 없는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는 이달부터 코란도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레벨3 시험주행에 나섰다. 고속도로 고정밀지도(HD map)와 정밀측위 정보를 기반으로 톨게이트 및 램프·곡선구간 진출입, 전방 저속차량 추월 등 기능을 갖췄다. 지난달 레벨3 인증을 취득한 혼다는 내년 ‘레전드’에 자율주행 장비 ‘트래픽 잼 파일럿’을 탑재해 시판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경쟁 브랜드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모양새다. 최근 출시한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서비스는 일반도로에서 회전 교차로 통과, 좌·우회전 등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테슬라는 “연내 사람이 타지 않고 움직이는 레벨5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현재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은 제한적이고, 도로에서 충돌 없는 주행 경로 생성 ·제어는 최적의 답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국가가 완전자율주행 관련 제도를 정비하지 못한 것도 고민거리다. 인간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불가피한 충돌 등 특수상황에서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자율주행차의 ‘레벨4’ 제작·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윤리성 확보, 주행 및 시스템 안전 등을 위한 제언을 담았으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안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