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징계, 집단지성으로” 秋 공언했지만 내부 협의 없었다

입력 2020-12-18 04:06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결론과 함께 드러난 것은 감찰 과정에서 법무부 핵심 관계자들의 의사결정마저 석연찮게 배제돼온 정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먼저 언급한 ‘집단지성 협의’는 결국 없었다는 것이 고위 간부들의 입장이다. 윤 총장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이번 징계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하는 한편 징계 절차에서의 문제도 강조할 방침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의 징계위원회에서는 ‘집단지성 협의’가 생략된 정황이 구체적으로 증언됐다. 차관과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고위 간부들이 보고를 받거나 의견 개진을 하지 못한 채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일정이 진행됐다는 내용이었다. 핵심 간부들이 유독 이번에는 법무부의 통상적인 결재 체계에서 동떨어져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한다.

법조계는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지난달 초부터 사실상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사실, 그의 부하직원인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 감찰을 주도해온 사실을 눈여겨보고 있다. 류 감찰관은 물론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도 박 담당관의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제 제기가 이뤄지자 추 장관이 정책보좌관을 통해 제시한 약속이 ‘집단지성’ 취지의 협의 자리였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5일 증인신문기일에 새로 나타난 자료들과 증인 진술들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했다. 법무부 핵심 간부들의 협의가 예정과 달리 생략됐으며, 감찰 단계마다 관련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증언도 이에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윤 총장 징계가 불투명하게 추진됐음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 측은 총장의 2개월 부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했다. 윤 총장 특별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법치수호 기관의 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일”이라며 “2개월 월급을 준다고 해서 손해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징계가 법치주의의 원리, 임기제로 보장하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되풀이됐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말한 4가지 혐의를 ‘추측과 의혹’이라 반박했다. ‘재판부 문건’ 부분은 “증거 없이 독단적인 추측으로 징계했다”고 했다. 채널A 사건 수사방해 혐의가 된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시도에 대해서는 문무일 전 총장 시절의 순기능을 거론했다. 당시 자문단의 무혐의 권고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팀이 받아들인 것이 검찰 내 합리적 의사결정 전례로 남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근거로 징계할 수 없다”고 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