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출신 후배들에 단란한 가정 선물하고 싶어”

입력 2020-12-18 03:01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안양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라더스키퍼는 벽면 녹화, 식물 인테리어 등의 사업 수익금으로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안양=신석현 인턴기자

김성민(35)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이름 아래 ‘바비아니’라는 꽃 이름이 적혀 있다. 브라더스키퍼의 모든 직원은 직함 없이 되고 싶거나 원하는 모습의 꽃말을 가진 식물 이름을 정해 서로 부른다. 9명 중 6명이 보육원 출신인 직원들이 서로 수평적으로 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란한 가정’이라는 꽃말의 바비아니엔 그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보육원 출신인 저도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고, 보육원 출신인 후배들에게도 단란한 가정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어떤 동료는 ‘콩’을 별명으로 정했는데 ‘소소한 행복’이라는 의미예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소소한 행복을 이곳에서 찾아가고 후배들에게도 꼭 찾아주고 싶다고요.”

브라더스키퍼는 사회적 기업이다. 벽면 녹화, 식물 인테리어 등의 사업을 하며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으론 이들의 자립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 보호종료아동은 아동복지시설과 위탁가정에서 퇴소한 이들을 일컫는다. 아동복지법은 보호 대상 아동의 나이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 조치를 종료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하도록 규정한다. 올해부턴 자립정착금 500만원이 지급되지만, 그 전까진 지방자치단체별로 기준이 달라 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김 대표가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은 보호 종료를 ‘부모에게서 보육원으로 한 번 버려지고, 보육원에서 세상으로 또 한 번 버려지는 것’이라 표현했다. 보호 시설에서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떠밀리듯 세상으로 나왔다. 방황하다 범죄에 연루되거나 성매매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그런 그를 붙잡아준 건 신앙이었다.

“고등학교 때 보육원으로 한 교회 청년부 청년들이 찾아왔어요. 기도회를 하는데 처음엔 기도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저는 죄인이 아니고 저를 때리는 형과 누나, 그걸 방조하는 선생님이 죄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기도하다 보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면서도 ‘나는 보육원에서 더 심하게 맞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울면서 회개하는 시간을 갖고 나니 보육원에 온 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셔서 훈련하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죠.”

환경은 여전히 버거웠다. 퇴소 후 6개월간 노숙인으로 생활했고 하나님을 부정하기도 했다. 길에서 복음을 전하는 권사를 만나 신앙을 회복한 후 기독교 비영리단체에서 보육원을 지원하는 일을 7년간 한 후 3년간 전도사 사역을 했다. 그러다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

회사 이름은 성경 속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그는 관련 설교를 듣던 중 ‘성민아, 네 동생들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 보육원 사역을 포기하려던 차였다. 김 대표는 “가인의 모습이 돼 ‘제가 그 아이들을 지키는 자(brother’s keeper)입니까’ 하고 반문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엉엉 울고 있었다. 아이들을 포기하려 한 스스로가 가인 같았다”며 “가인이 반문하는 단어로 썼던 브라더스키퍼를 응답하는 단어로 사용해 형제와 자매를 지키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2018년 5월 회사를 시작한 김 대표는 보호 시설을 거친 아이들의 경제·정서적 자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서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크리스천 가정에 아이들을 연결해 멘토링을 제공한다. 공과금 등 생활비 지원과 금융교육, 법률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을 주고, 일자리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회사에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크리스천 기업에 연결해줬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보육원 아이들이 보육원 출신임을 밝히고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자주 물어봐요. 그럼 하나님께 물어보라고 답해요. 저와 회사 동료들이 그랬듯, 브라더스키퍼를 통해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안양=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