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산실 ‘안동 임청각’ 앞 철도 80년 만에 운행 중단

입력 2020-12-18 04:05
경북 안동의 독립운동 성지 ‘임청각’에 도착한 마지막 열차가 16일 오후 7시 36분 종착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국무령 이상룡기념사업회 제공

독립운동의 성지(聖地)였던 경북 안동 임청각(臨淸閣) 앞을 지나던 기차가 80년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일제가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임청각 마당을 가로지르게 만들었던 철도의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철도 중단은 정부의 중앙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완료됨에 따른 것이다.

국무령 이상룡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16~17일 연이어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임청각의 옛 모습 복원을 자축했다. 하루전인 16일 오후 7시 36분에는 마지막 기차가 임청각 앞을 지나갔다.

17일 정오에는 임청각의 독립운동 역사를 되새기는 ‘임청각 앞 기차 운행 종단 행사’를 열고 방음벽 철거와 축포 발사 등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임청각 사당에서 고유문 낭독과 시민들의 소감문 낭독 등이 이어졌고 부대행사로 농악 길놀이와 살풀이 공연도 함께 열렸다. 참석자들은 만세 삼창과 독립군가 노래 제창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행사에는 석주 선생의 종손과 기념사업회 이종주 이사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임청각은 보물 제182호로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生家)로 잘 알려져 있다. 석주선생은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전 재산을 처분한 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 만주로 망명했다. 임청각은 500년의 민족정기를 이어오며 석주 선생을 비롯해 독립유공자 11명을 배출했다. 민간 가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종묘, 영주 부석사와 함께 ‘평생에 꼭 가봐야 할 1001개의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밑거름이 된 임청각은 본래 99칸의 모습이었으나 민족 정기를 끊으려는 일제 만행으로 철로가 가로 놓이며 본 모습을 잃었다. 임청각 앞 중앙선 철로는 1942년 2월 일제강점기 때 설치됐다. 일제는 항일독립운동 의지를 꺾고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노선을 우회시켜 임청각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부설했다. 이 과정에서 임청각 내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건물이 파괴됐다고 알려진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2025년까지 예산 280억원을 들여 일제강점기(1941년) 중앙선 철로가 놓이기 이전의 옛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앞으로 임청각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선 복선 전철화로 안동시 운흥동에 자리 잡은 안동역사는 송하동으로 이전하고, 운행선 변경으로 기존 철로는 철거된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