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2019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3367명이다. 3명 중 1명(34.7%)이 정신적 문제, 4명 중 1명(26.7%)이 경제·생활 문제로 생을 마감했다. 더 큰 문제는 수년째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신적 문제로 인한 자살자는 2017년 3939명에서 이듬해 5.8% 증가한 4171명, 2019년엔 다시 11.2% 늘어난 4638명을 기록했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자도 4년 새 17.1% 급증했다.
자살예방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상황이 반영되면 자살 관련 통계지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살예방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성돈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자살예방 정책이 사회적 환경 개선보단 자살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치료에 집중돼 있다는 건 우리 사회가 자살 문제를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통계의 자살자 직업별 분포에서 자영업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 만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관심이 ‘민식이법’ 제정으로 이어진 것처럼 이 시대의 대재난인 자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에 의지를 보여준다면 자살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정 자살유가족자조모임 대표는 “기존 자살유가족 대책은 대부분 정신과 진료에 국한돼 있다”며 “유가족이 정서적 회복에 도달하기까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덜어 줄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자살의 큰 원인인 ‘정신적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과 개인을 촘촘하게 잇는 사회적 연결망과 정서적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조 대표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줌)으로 셀모임을 하고 영상통화로 홀몸 어르신 심방을 하자 ‘교역자와 일대일로 더 자주 교제하는 것 같아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비대면 시대 속 온라인 사역을 펼쳐 온 한국교회가 이웃을 정서적으로 보듬는 다양한 역할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예수 탄생의 의미를 시대적 메시지로 선포할 성탄절을 한국교회가 생명의 존귀함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임용택 라이프호프 이사장은 “한국교회가 올해 성탄절엔 우리를 구원하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를 되돌아보고, 성도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이웃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독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