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룡 경찰’ 내달 출범… 권한 남용 견제 장치 마련해야

입력 2020-12-18 04:02
내년 1월부터 경찰의 조직과 권한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경찰청법 개정으로 경찰 사무는 국가경찰,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나눠 맡게 된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의 사무를 담당하며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자치경찰은 지구대·파출소 업무 및 경찰서의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의 사무를 맡는데 시·도지사 소속 독립 행정기관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수사 기능은 경찰청 산하에 신설하되 독립성을 부여한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한다.

연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통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관련 권한은 한층 강화된다.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된다. 게다가 지난 13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으로 2024년에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도 넘겨받는다. 인력 14만명의 거대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다 수사 기능이 강화되고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은 사실상 독점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공룡 경찰’이 탄생하는 것이다.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합의제 국가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경찰 조직의 인사·예산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사종결권을 악용해 사건을 축소·왜곡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 토착 세력과 영합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찰 정보 활동의 대상과 범위를 현행 법보다 더 구체화해 경찰이 수집한 정보가 악용되거나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내부 비리를 감시할 독립적인 감찰기구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권한 강화는 경찰을 위한 게 아니다. 권력기관 간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함으로써 수사권 남용을 막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후속 입법 등을 통해 경찰에 대한 실질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