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반발에도 시종일관 “검찰 개혁”… 秋, 굴곡의 1년

입력 2020-12-17 04: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을 보고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위한 꿈이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발언한 지 2시간여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이날 새벽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의 결론을 보고받았던 추 장관은 오후 3시 관계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후 오후 5시부터 6시10분까지 청와대에 머물렀다.

그는 취임한 날에도, 사의를 표명한 날에도 오직 ‘검찰 개혁’을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3일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법무부 장관의 업무를 시작했다. 그가 취임사로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를 말하자 검찰 구성원들 틈에서는 “적대적인 개혁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의 개혁이 검찰의 호응을 받는 모습으로 전개되진 못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수사한 윤 총장의 참모진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윤 총장의 의견이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자 “제가 법을 어긴 게 아니라 총장이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이후 추 장관의 법무부와 윤 총장의 대검찰청은 연속해서 충돌했다. 추 장관은 “조금 늦게 알 권리도 있다”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법무부 직제개편안은 검찰 구성원들의 반대 의견에 봉착했다. 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찰청 감찰부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는 반복됐다.

추 장관은 사상 2번째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장관이었고, 사상 처음으로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장관이었다. 지난 7월 채널A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했을 때에는 전국 고검장·검사장이 “위법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윤 총장의 가족·측근 사건을 묶어 총 5건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어 지난 11월 윤 총장 징계를 청구했고, 이날 ‘정직 2개월’의 결론을 얻어냈다.

추 장관은 지난 9월 아들의 군무이탈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수사가 진행될 때, 추 장관은 관련한 언급 자체가 압력으로 비춰질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본인도 검찰의 서면 조사를 받는 상황이었지만 실·국 업무를 꼼꼼히 챙겼다.

법무부 인사들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윤 총장 징계가 결정되면서, 본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개혁의 사명’은 어느 정도 이뤘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의 표명 후 추 장관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라는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를 아는 한 인사는 “평소에는 온화한데,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지지 않으려는 기질’이 발현되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