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재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의 표명 공개를 통해 길고 길었던 두 사람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윤 총장에 대해선 법적 절차를 통한 징계를, 추 장관은 사의 표명을 즉각 공개하는 방식의 정치적 해법을 통해 ‘추·윤 갈등’ 정국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윤 총장 징계로 지지층을 붙잡는 동시에, 추후 추 장관 사의 수리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도 복원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는 그대로 재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검사징계법에 따르면(징계를) 거부하거나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지 못하고 집행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이) 그동안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누차 강조해 오셨고, 그에 따라서 징계 절차가 이루어진 것이다. 징계위원회의 의결 내용을 집행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에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 정치적 후폭풍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절차적 논란 끝에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파국을 맞았다는 평가다.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고속승진한 특수통 검사였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을 거듭했다. 그러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대전고검에 있던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했다. 이후엔 또다시 다섯 기수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윤 총장”이라고 두 번 호명했고, “기대가 크다”는 말도 세 차례 했다. 윤 총장은 당시 임명장을 받으며 “지금 지내온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많이 놓일 거라고 말씀을 하지만 늘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며 “헌법과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총장에 여권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여당에서 사퇴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논란 속에 징계를 당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추 장관도 예상보다 빨리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윤 총장 징계가 마무리된 만큼 “소임을 다했다”고 추 장관 스스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수리 여부에 대해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 내부에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퇴진 목소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 장관 교체는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놀랍고 안타깝고 아프다”며 “검찰 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역사적 초석을 놓은 추 장관의 결단에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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