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행복주택 단지 내 투룸 주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기뻐 보였다. 전용면적 44㎡(13.3평)를 감싼 희고 깨끗한 벽지, 두 가지 색 커튼과 아기자기한 액자 등을 둘러 본 문 대통령은 흡족한 듯 밝은 미소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정말 젊은 신혼부부 가운데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네”라고 힘주어 답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 행사 연출을 위해 보수비용 4290만원, 행사 진행과 홍보를 위한 예산 4억1000여만원 등 4억5000여만원이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택의 보증금은 6000여만원, 월 임대료가 19만~23만원 수준이다.
김 의원이 입수한 ‘인테리어 견적서’에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주택 2곳의 커튼과 소품, 가구 등 구매·설치비용 650만원과 부가가치세(VAT) 10%가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 방문 전에 급하게 개조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참석했다. 이 행사도 탁 비서관이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복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온라인 카페에는 벽지가 뜯어지고 누수가 돼 곰팡이가 핀 단지 내 다른 주택의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준공 이후 공실이다보니 누수가 이뤄져 곰팡이가 생겼다”거나 “당장 여기 사는 분들 하자도 제대로 처리 안 됐다”는 입주민 반응도 있었다.
이 단지 내 임대주택 상당수는 공실 상태였다. 1640가구 중 410가구가 공실이었고 문 대통령이 방문한 복층형(전용 41㎡)은 100가구 가운데 33가구가 공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인 전용 16㎡형은 450가구 중 210가구가 비어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형 평형대는 선호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임대주택의 평형대와 입주 기간을 다양화해야 하고 분양 주택도 함께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행사를 위해 서민들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판타지 연출극을 펼쳤다”며 “4억1000만원도 유튜브 촬영과 행사 사회자 섭외 등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LH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4억1000만원은 발주금액이고 코로나19 상황으로 무대 설치를 생략해 추후 정산하면 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금액에는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대전 당선작 모형 제작과 홍보 영상물 제작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4290만원 비용에 대해서도 “구조 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은 없었다. 가구와 가전제품 등의 대여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전용 41㎡(12.4평)와 44㎡(13.3평) 두 주택에 4000만원 넘는 비용이 든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