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의 하룻밤’ 책날개에 저자 김민수는 ‘섬 여행가’로 소개돼 있다. 섬 여행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는 10여 년 동안 200회가 넘게 섬을 여행했다. 분명 많은 숫자지만, 그는 아직 유인도의 절반도 다녀오지 못했다. 2016년 기준 한국에는 3358개의 섬이 있고, 그 중 유인도는 482개에 이른다.
책은 저자가 다녀온 섬 중 30개를 추려 방문 시기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소개한다. 2016년 ‘섬이라니, 좋잖아요’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책이다. 주간지와 여행전문지 등에 섬 여행을 소개해온 저자의 이력답게 국내 섬 여행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이자 여행 에세이다.
먼저 저자의 섬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우선 섬의 역사를 비롯한 소소한 사실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서해 5도 중 하나인 소청도에 세워진 소청등대가 1903년에 세워진 팔미도 등대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등대라거나 역시 서해 5도인 대청도가 예부터 사냥용 매인 송골매의 주요 서식지였다는 사실 등을 접할 수 있다.
여러 섬들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연 역시 섬 여행을 다채롭게 하는 요소다. 책에는 야영하는 저자를 불쑥 찾아와 자기 집으로 안내하는 노인, 눈밭에서 제대로 허기를 달래지 못할까 음식을 내어주는 식당 주인, 무료로 하룻밤을 권하는 등 무뚝뚝하지만 방문객을 걱정하는 섬 사람들의 인정이 소개돼있다.
그중 최근 섬들을 잇는 다리들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달라진 점을 언급하는 섬 주민의 이야기는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세 가지가 달라지는데 그것이 뭔 줄 아느냐’고 물은 그 주민은 다음과 같은 답을 들려준다. “첫째 도둑이 나타나고, 둘째 쓰레기가 생겨나며, 셋째 인심을 잃게 됩니다. 처음에는 땅값도 오르고 명절 때 자식들 오가기도 편해서 주민들이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을 했지만, 지금은 후회하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문득 여행이 행복한 것은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섬 여행을 하며 늘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말이 있다. ‘자연이 보여주는 것만 보자’” “여행의 본질은 그곳을 만나는 것이다.”처럼 중간 중간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묻어나는 표현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섬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저자의 사진은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쏟아질 듯 많은 별이 있는 섬의 밤과 잔잔한 바다의 해질녘 풍광이 담긴 사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것 같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