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많이 들어도 좋은 말

입력 2020-12-17 19:30

많이 들어도
좋은 말에 대해 생각한다
들을수록 깊어지는
말에 대해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잘했다는 말이 반복되니 다음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어떤 고마움은 반복되면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매일 행복하다는 주문을 걸다
정작 커다란 행복이 찾아왔을 때
당황하곤 한다

그리고 딱 한 번뿐이었어도 좋았을 말
미안해

깊이는 횟수와 상관이 없구나
목말랐던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의 우물이 저절로 깊어진다

재수·오은 그림시집 ‘마음의 일’ 중

‘잘했어’ ‘고마워’ ‘행복해’는 시인이 생각하기에 많이 들어도 좋은 말은 아닌 거 같다. 혼자 있던 단어를 겹쳐 놓으니 시에서 쓴 것처럼 부담이 생기기도 하고, 기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작 마음의 우물을 깊게 채우는 말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동갑내기 친구인 시인 오은과 만화가 재수가 함께 책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