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대응반 초라한 실적… 10여개월 수사 고작 61명 입건

입력 2020-12-17 04:02

정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전신 격인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하 대응반)의 실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설립 후 이달까지 10개월여간 불법 행위로 형사입건한 이들이 61명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에 비해 실제 투기꾼이 적은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명분이 흐릿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의조차 모호한 ‘투기’를 잡기보다는 ‘불법’을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 대응반은 2월 21일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범죄 수사를 통해 47건의 불법 사례를 확인하고 61명을 형사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인중개사들이 담합해 회원이 아닌 공인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했다가 적발된 이들이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법을 위반해 형사입건된 이들이 2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집값을 담합한 이들(12명)과 무자격 공인중개사의 부동산 중개 등 불법 행위자(5명)도 수치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불법을 통해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공급제도를 이용해 부정 청약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애인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국가유공자 13명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브로커인 B씨와 공모해 이들 명의를 빌려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했다. 13명에게는 명의 대여비 명목으로 건당 700만원 상당의 대가를 지급했다. 이후 당첨 받은 14채의 아파트를 전매해 차익을 챙겼다. 국토부 대응반에 따르면 A씨와 B씨가 챙긴 차익은 4억원에 달한다. 대응반은 이를 부정 청약으로 보고 형사입건했다.

대응반은 해당 건을 포함한 10개월여간의 활동에 대해 짧은 대응 시간 내에 많은 실적을 냈다고 평가한다. 지난 4월과 8월 그리고 이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이상 실거래 사례를 수사해 조사한 실적까지 포함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대응반 관계자는 “예산도 별도로 없는 임시 조직에서 7명의 인원으로 낸 결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자체 평가와는 달리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외부 시각이 상존한다. 정부가 24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대응반까지 꾸린 것은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가 배경이다. 그런데 대응반의 실적만 보면 형사입건까지 가야 할 정도의 부동산 투기 범죄자가 100명도 안 되는 상황이다. 투기가 만연했다고 보기는 힘든 거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임시 기구인 대응반으로는 인력이나 예산 면에서 한계가 있다. 상시 조직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거래분석원처럼 기능이 중복되는 규제 기구를 만들기 전 ‘투기’와 ‘투자’ 간 모호한 분류부터 명확히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편법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은 투기 세력으로 보지만 정당하게 세금 내고 다주택을 사는 것까지 투기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싸우기보다는 부동산 불법 거래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