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캐나다는 인구 4∼6배 백신 확보, 세계 25%는 2년후에도 빈손

입력 2020-12-17 04:04
미국 루이지애나주 주도 배턴루지에 위치한 오슈너 병원 소속 가정의학 전문의 브랜던 위크스가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 백신 접종' 스티커가 부착된 자신의 병원 출입카드와 확인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슈너 병원은 이날 화이자 백신 975회분을 공급받아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접종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영국 일본 등 부자 나라들은 이미 자국 인구의 몇 배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은 2022년까지도 백신에 접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듀크대학과 과학분석업체 에어피니티 등이 수집한 전 세계 백신 계약자료를 분석해 일부 부국들이 생산 예정된 백신의 절반 이상을 선구매했다고 보도했다.

분석에 따르면 상위소득 국가로 분류된 16개국 가운데 캐나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칠레, 이스라엘, 뉴질랜드, 홍콩, 일본 등 10개국은 이미 인구수 이상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이 계약해놓은 백신 물량은 인구 대비 EU가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이상, 캐나다는 무려 6배에 달한다.

상위소득 국가 중 한국과 스위스, 대만, 이탈리아, 쿠웨이트, 파나마 등은 백신 확보 물량이 인구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대비 선주문 비율에서 한국은 세계 12번째로 기록됐다.

부국들이 백신 확보를 위해 주로 사용한 방법은 ‘추가 구매’를 조건으로 물량을 우선 공급받는 것이다. 미국은 화이자에서 백신 5억회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옵션으로 1억회분을 확보했으며, 모더나에서도 2억회분을 확보한 데 이어 3억회분을 추가로 가져갈 예정이다. EU도 이들 회사와 독일 큐어백으로부터 13억회분을 확보했으며 필요시 6억6000만회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 확보 경쟁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NYT는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비롯한 비영리기구들이 개도국에 대한 백신 10억회분을 확보해 제공한다 해도 이는 전체 빈국 인구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많은 저소득 국가는 2024년까지 인구 전체에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소니 소 존스홉킨스 공공보건대학 교수도 “내년 말까지 생산 계획이 잡힌 모든 백신의 절반 이상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가져갔다”면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은 2022년까지 유의미한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