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백신 추가 확보… “안이했다” 커지는 비판론

입력 2020-12-17 04:03

문재인 대통령이 1주일 전 코로나19 백신 추가 확보를 관계부처에 주문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신 제조사마다 다른 국가와 계약한 선구매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물량을 선구매한 국가와 ‘백신 스와핑(교환)’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초래한 방역 당국을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6일 “백신 추가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러 회사 중 좀 더 좋은 백신이 어떤 건지 지켜봐가면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화된 게 없어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지만 추가 확보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추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이자가 미국과 계약한 물량도 기간 내에 못 준다고 한 상태이므로 추가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최소 내년 3월 미국 국민이 접종을 끝낸 뒤에야 도입될 것”이라며 “제약사를 통해 백신을 구하지 못하면 인구 대비 몇 배의 물량을 선구매한 다른 국가들의 여분 백신을 받고 나중에 돌려주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백신 외교’다. 그러나 이 방법도 쉽지만은 않다. 2009년 신종플루 때 방역 당국은 유행이 덜한 남반구 나라에 치료제 스와핑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백신 선구매는 결국 자원외교와 같은 것이다. 가능성이 낮아도 투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을 선구매 방식을 통해서 구입하는 걸 아깝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그동안 백신 선구매에 신중히 접근한 이유로 안전성과 비용 문제를 든 데 대한 지적이다. 안전성을 생각해도 100% 안전한 백신은 없고, 설령 백신 개발 실패로 선구매 금액을 잃더라도 국민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추가 확보가 어려울 경우 제약사에 웃돈을 주고 가져오거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국내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의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구매가 늦어진 또 다른 이유는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에 속도를 내던 지난 9~10월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해외처럼 심각하지 않았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방역을 과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욱 교수는 “해외 백신의 임상 3상이 이렇게 일찍 끝날 것이라고 정부가 예측을 못했던 것”이라며 “백신을 우선 확보하고 안전성을 봐가면서 접종하는 식으로 ‘확보 전략’과 ‘접종 전략’을 구분해서 추진했어야 했는데 안이했다”고 쓴소리했다.

국민 기대보다 선구매가 늦어진 이유가 안전성 때문이라는 설명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늦췄지만 정부는 “FDA에서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국에서 사용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미국이 안전성을 우려해 승인을 늦춰도 우리는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동안 해외에서 백신이 접종되는 동향을 보고 안전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온 입장과 대조된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은 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백신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충분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