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행사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으로 429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 단지를 찾아 전용면적 41㎡(12평)와 44㎡(13평) 집을 둘러봤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두 집의 인테리어에 4290만원이 들었다. 가구와 소품을 빌려 세팅하는 등 기존 공실을 본보기집으로 급조한 것이다.
대통령이 공개 방문하는 행사인 만큼 잘 보이도록 꾸미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실상과 차이가 크다면 문제가 있는 전시행정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 8월 완공됐는데 벽면 곰팡이와 누수, 층간소음 등 입주민들의 불만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예쁘게 꾸며진 모습만 보여주면 이런 실상은 가려진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공간 배치가 진짜 아늑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고 저렴하기까지 하면 사람들이 진즉에 많이 찾았을 텐데 이 단지는 아직 25%가 공실이라고 한다.
이번 공공임대주택 방문 행사는 여러모로 실패했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임대아파트를 정부가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는데 이런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만 낸 것이다. 현장에서 나온 ‘13평 4인 가족’ 발언은 이미 큰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이 13평 아파트를 둘러보며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저 비좁은 집에 4명이 살라는 말이냐’는 비난이 나오자 청와대는 대통령이 질문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별것 아닐 수 있는 발언에 이같이 날선 반응이 나오는 건 그만큼 부동산 민심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양적·질적 개선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책 실패로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만 권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설] 대통령 임대주택 방문행사의 전시행정 실망스럽다
입력 2020-12-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