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진리는 두 날개… 하나로 조화시키는 건 오직 십자가

입력 2020-12-25 03:04
송상철 애틀랜타 새한교회 목사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 킴벌브릿지 예배당에서 주일예배 후 축도하고 있다.

조폭 두목인 쓰촨성의 한룽그룹 류한 회장은 7조원의 재산으로 전 세계 부자 랭킹 148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4년 경쟁자 8명을 살해하는 등 11개의 죄목으로 조직원 4명과 함께 사형을 당했다. 집행관이 사형집행을 위해 그의 어깨를 잡자 49세의 그는 갑자기 펑펑 울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내 야망과 인생, 모든 게 잠깐인 것을,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며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대재벌에서 사형수가 된 40대의 류한은 죽기 전에 인생을 깨닫고 갔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구구절절 옳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그런 극단적 상황이 오기 전에 그 교훈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세 가지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언젠가는 지금 내가 하는 것과 손에 쥔 것을 모두 내려놓고 가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미련하고 약하다.’

대부분 죽을 때가 돼 인생의 기본 원리를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미리 깨달을 수만 있다면 인생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잠언 3장 1~10절 말씀을 참 좋아한다.

“내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창고가 가득히 차고 네 포도즙 틀에 새 포도즙이 넘치리라.”

여기에 나온 8가지 약속은 정말 귀한 말씀이다. 그런데 최근 잠언에서 복음을 발견하며 이 말씀 속에 더 깊은 차원의 복음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더 이 말씀을 사랑하게 됐다.

우리가 알고 믿는 복음이란 무엇인가.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담당하고 죽으신 예수를 구세주로 믿으면 죄 사함 받고 영생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는 축약된 반쪽짜리 복음이다. 초대교회는 반쪽이 아니라 온전한 복음을 믿고 전파했다.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하니라.”(행 2:36) 예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신다는 것이다. 다른 곳엔 더 확실한 말씀이 나온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서.”(살후 2:16)

당시에 ‘주’란 말은 왕이란 뜻이다. 예수는 우리 죄를 담당하신 구원자다. 그리스도는 메시아 주님이시다. 초대교회가 믿고 전한 복음의 핵심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께서 구세주와 주인과 왕이 되셨다는 것이다. 잠언 3장 1~10절 말씀이 바로 그 복음을 강조하며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은 첫째, 당신을 사랑해서 구원하신 구세주를 믿고 고백하며 살라는 것이다.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잠 3:3~4)

사랑은 항상 진리와 짝이 돼야 한다. 사랑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무분별하게 아무나 자기방식으로 사랑하게 될 수 있다. 진리만 강조하면 차가운 칼이 될 수 있다.

진리는 수술용 칼과 같다. 잘 쓰면 많은 사람을 살리지만 사랑 없이 사용하면 사람들을 죽이고 교회를 파괴하게 된다. 교리와 진리가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죽이는 칼이 된다는 말이다.

사랑과 진리는 두 날개와 같다. 하나만 주장하면 곧 추락한다. 사랑과 진리가 하나로 융합돼야 한다. 사랑과 진리를 하나로 융합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십자가다.

인간은 죄인이다. 죄는 그냥 덮어 두면 안 되며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 죄의 대가는 죽음과 심판이다. 죄에 빠진 인간은 죽어 마땅할 존재들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인간의 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생자를 보내주셨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죄 때문에 심판받고 죽어야 할 나를 살리고 대신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하나님 사랑을 확증하는 상징이다. 마땅히 죽어야 할 죄인을 사랑하사 살려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십자가가 아니고서는 진리와 사랑을 하나로 융합시킬 수 없다. 십자가는 인간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다.

성경은 “사랑과 진리를 목에 매며 가슴판에 새기라”고 했다. 사랑과 진리가 하나 된 것이 십자가다. 따라서 “사랑과 진리를 목에 매라”는 말은 “십자가를 깨달아 가슴 깊이 새기고 살라”는 뜻이다.

송상철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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