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은 예견된 시나리오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수위와 관련해 의견이 많이 엇갈렸다”고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직 2개월 결정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함으로써 해임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찍어내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줄일 수 있다는,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 등 4가지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정쩡한 결론이다. 중대한 혐의가 인정됐다면 정직 2개월 처분은 오히려 미온적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리하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이다. 사실관계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정직은 직은 유지하면서도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국, 해임·면직을 피함으로써 법률이 보장한 윤 총장의 임기는 지키게 하면서도 당분간 ‘식물 총장’을 만드는 묘수를 찾아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향후 징계 취소소송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직 2개월의 경우 임기 내 총장직에 복귀할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직무 복귀를 결정할 때처럼 ‘회복 불가능한 손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안을 제청하자 지체 없이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는 추후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 거취 문제는 숙고할 일이 아니다. 이번 ‘추-윤 사태’로 인해 국민의 피로도가 극심해진 만큼 당연히 즉각 물러나게 해야 한다.
징계안 재가로 혼란이 일단락된 것도 아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윤 총장이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사상 초유의 식물 총장으로 전락함에 따라 검찰 조직 자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정권 비리에 칼을 겨눴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징계위에 회부했다는 비판과 함께 징계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은 검찰 내부는 물론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윤 총장은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징계위 처분에 반발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과 검찰총장 간 볼썽사나운 소송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사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사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입력 2020-12-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