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병삼 목사] “들을 땐 가슴 아프나 생명 살리는 치유 있으니 복음”

입력 2020-12-18 03:06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의 교회에서 신간 ‘텅 빈 경건’을 펴낸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복음(福音)을 직역하면 ‘기쁜 소식’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자기를 희생해 인류 구원의 길을 연 기쁜 소식이란 의미다. 한데 복음을 들으며 마음이 아파야 한다는 목사가 있다. 김병삼(56) 만나교회 목사다.

그는 최근 “아프니까 복음이다”란 핵심 메시지를 담은 책 ‘텅 빈 경건’(두란노)을 펴냈다. 한국교회가 코로나19 방역을 소홀히 해 사회의 지탄을 받던 지난 3월, 마태복음 23장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7화(禍) 선언’을 주제로 8주간 만나교회에서 설교한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의 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아프니까 복음이다’란 표현이 책에 자주 나옵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아프나 새 살이 돋습니다. 아픔 이후 생명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복음도 같은 이치입니다. 복음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이 있는 건, 들을 땐 가슴 아플지언정 생명을 살리는 치유가 그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아픈 상처를 남겼습니다. 세상이 교회를 향해 ‘위선자’라며 손가락질했습니다. 이 뼈아픈 지적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교회가 ‘텅 빈 경건’에서 ‘참된 경건’으로 돌아서자는 의미로 책을 냈습니다.”

-“화 있을진저”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7화 선언’의 대상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율법학자입니다. 지금 한국교회 구성원이 이들처럼 주님의 말씀을 아프게 들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예수님은 이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 ‘회칠한 무덤 같은 위선자’라고 합니다. 이 무서운 질책에서 위선자조차 돌아오길 바라는 하나님 마음을 봅니다. 주님의 아픈 지적이 바리새인을 참된 경건으로 돌이키게 하려는 복음이었듯이 한국교회도 세상의 손가락질을 계기로 스스로를 주님의 말씀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축복입니다. 세상이 ‘위선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복음의 약’을 뿌리며 자기 성찰을 할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참된 경건은 “아프지만 하나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하나님 마음을 알려면 주님의 말씀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님 말씀으로 바로 서려고 하지 않고, 내 생각에 그분의 뜻을 맞추려 보면 결코 주님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신앙의 성숙은 하나님의 마음을 얼마나 알아가느냐에 달렸습니다.”

-한국교회가 다시 세상에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봉사를 교회의 본령처럼 여겼습니다. 참 의미 있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젠 사회가 교회에 이를 원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물질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은 국가 복지의 영역이 됐습니다. 이제 사회는 교회에 영성, 즉 참된 경건과 신앙을 기대합니다. 우리를 각자의 자리에 보낸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아파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올라인(온·오프라인) 사역’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선교의 중요한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은 복음을 어떻게 전하는가’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문화에 융통성이 있으면 교회가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아집니다. 올라인 예배와 온라인 기도회뿐 아니라 그간 해온 ‘미디어교회’ ‘교회 내 흡연실’ ‘트로트 특송’도 선교적 맥락에서 진행한 겁니다. 올라인 예배를 준비할 땐 간호사처럼 교대 근무로 일하는 성도를 고려했습니다.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면서 예배드리도록 돕는 게 선교적이라고 봤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내년 우리 교회 표어는 ‘고 투게더’(go together)입니다. 주님과 동행하며 새해를 맞자는 의미입니다. 교회 내 소그룹이 900개인데, 내년엔 모든 소그룹과 화상 미팅을 하며 주님과의 동행을 다짐하려 합니다. 기기 때문에 예배 참여가 어려운 교회 내 미디어 취약계층을 위해선 스마트폰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어렵겠지만, 내년만큼은 주님의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동행하려고 노력해봅시다.”

성남=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