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심 신앙에서 벗어나 순종의 축복 체험

입력 2020-12-18 03:04
윤건희 안수집사가 지난달 29일 방역을 마치고 파주 순복음삼마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방역대책본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저는 충남 청양에서 6남매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너무 허약해 9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절에 입양되면서 한동안 입양아로 자랐습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집안 어른의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와는 먼 성장 과정을 거쳤습니다. 1992년 결혼 후 일산 신도시 개발 초기에 부동산 사업을 했습니다. 경기는 호황이었고 부동산 사업은 불패처럼 보였습니다. 업자들과 세상을 마음껏 즐기자며 ‘일또회’를 구성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종일 술을 마시자며 ‘천우회’를 조직했습니다.

여름에는 스킨스쿠버를 하고 봄가을에는 라켓을 메고 테니스장에 갔습니다. 겨울엔 스키와 조기축구, 마라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내가 생계를 위해 간호사 일을 다시 했습니다. 당시 아이 둘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일요일만 되면 아내와 함께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막내아들의 권유로 파주 순복음삼마교회의 전신인 새시대순복음교회에 나가게 됐습니다. 완전 초신자라 신앙생활에 적응하기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일 힘든 것이 말술을 마다하지 않던 삶에서 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번번이 실패했지만, 결단을 거듭하다가 결국 금주에 성공했습니다. 2008년 어느 날 이일성 목사님께서 안수기도를 해주시더니 ‘바르실래’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다윗왕 시대의 겸손한 거부로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중보자의 사명을 잘 감당해낸 인물이었습니다.

2009년 갑자기 아내가 신학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간호사 일도 힘든데 신학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목사님의 권면에 따라 신학을 하고 한 공동체의 교구장으로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게 됐습니다.

2010년 잠시 부동산 바람이 파주와 연천에 불었습니다. 연천에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것이 그만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극심한 물질의 어려움과 압박이 다가왔습니다. 형식적 신앙생활로 시간이 갈수록 기쁨과 만족감은 사라지고 의무감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불평과 원망이 가득할 때 모세오경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창세기 훈련 속에서 내가 하나님이 되고자 했던 아담의 영, 하나님의 이름으로 바벨탑을 쌓았던 함의 후손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저 나의 안위와 위로만을 위한 인본주의적 신앙생활이었음을 훈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애굽기 훈련 과정에서 내면의 자아와 처절한 싸움을 했고 우선순위를 정리하면서 세상을 끊어내는 훈련을 했습니다.

이후 레위기 훈련을 받으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사님과 늘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 같은 열매를 맺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주의 종을 잘 섬기고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 무렵 사업장을 남양주 별내 신도시로 옮겼습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20여년간 일산지역에서 쌓아온 인맥을 뒤로하고 낯선 땅으로 간다는 건 도박과 같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을 붙들고 옮겼습니다.

저의 업무상 10일간의 공백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2015년 담임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예루살렘 부흥회에 동참하기 위해 9박 10일간 시간을 냈습니다. 신기하게도 10여일의 공백 후 예상치 못한 만남의 축복이 열렸습니다. 별내 신도시에서 1년 동안 5개 교회를 상가에 입주시켰습니다. 주님은 수많은 만남의 축복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후 민수기 훈련을 통해 자기 위치를 떠나지 않는 군사로 부르심을 받고 지하 만나팀에서 국수를 삶으며 봉사했습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교회식당이 폐쇄된 후 방역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삼마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방역팀장으로서 위치를 지키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모세오경 훈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기도는 대부분 나 중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기도를 먼저 합니다. 말씀이 머리를 지나 가슴을 거쳐 골수까지 들어가는 지속적 훈련을 통해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