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대체 어려운 뇌종양 수술… 내시경 활용도 높인다

입력 2020-12-21 17:19
조경래 교수는 “내시경보다 더 정교하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뇌수술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기술력으로는 뇌수술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뇌종양이라고 하면 전부 죽는 병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뇌하수체 종양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하면 완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증상도 금방 개선됩니다. 특히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정상구조물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어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조경래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내시경을 이용한 뇌종양 치료 전문의다. 지난 7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종양 및 뇌정위기능 전문의로 임상경력을 쌓았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약 400건의 크고 작은 수술을 시행했다.

조 교수가 내시경 수술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종양으로의 접근성 때문이다. 흔히 뇌수술이라고 하면 머리를 열고 수술하는 개두술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종양이 뇌의 바닥, 즉 기저부에 위치할 경우 코를 통해 뇌 아래 뼈를 열고 수술하는 경접형동 접근법이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멀리서 작은 구멍을 통해 들여다봐야 하는 현미경 하 수술에서는 어느 정도 시야의 한계가 있었다. 반면 내시경으로 접근하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뇌수술에 있어서는 가장 짧은 경로로 병변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나 눈을 통한 내시경 수술은 병변까지 접근 거리가 짧기 때문에 정상구조물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뇌하수체 종양, 내시경 절제시 회복 빨라=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 대표적인 뇌질환은 ‘뇌하수체 종양’이다. 사실 뇌에서 내시경 수술을 할 수 있는 부위는 많지 않다. 보통 복강경, 위·대장 내시경은 비어있는 공간 안에서 내시경으로 비추고 작업을 하지만 뇌라는 장기는 비어있는 공간이 없고 두부처럼 꽉 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하수체는 뇌의 바닥 부분에 아래 방향으로 튀어 나와 있는 구조물로 코를 통한 내시경 접근이 가능하다.

뇌하수체 종양 완치 가능

특히 뇌하수체 종양은 매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완치 가능성도 높아 내시경 수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3년 1만 7488명에서 2017년 2만 3572명으로 약 34% 늘었다. 뇌하수체는 신체의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가장 상위 명령 체계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생기는 모든 종류의 종괴를 뇌하수체 종양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생기는 종양은 대부분 양성이다. ‘선종’이라고도 불리는 양성 종양은 전이되지 않는 착한 종양이다. 때문에 종양이 뇌의 다른 부위에 침윤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종양이 커지면서 뇌 구조물을 압박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뇌하수체 바로 위에는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위가 있는데, 종양이 위로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하면 양쪽 바깥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정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에 종양이 생기면 생리중단, 발기부전, 유즙, 말단비대증 등이 나타난다. 조 교수는 “양성인 뇌하수체 종양은 적절한 치료를하면 증상이 대부분 좋아진다. 하지만 시기를 놓쳐 종양이 너무 커지면 수술 난이도가 올라간다”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경 손상도 심해져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회복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교한 내시경… 회복 빨라

◇로봇보다 정교한 내시경수술, 회복기간 2~3일= 문제는 종양이 신경을 누르거나 호르몬 분비 세포에 발생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시야장애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알게 되거나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또 뇌수술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적정 시기를 놓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는 “대부분의 종양이 내시경 수술로 좋아질 수 있고 회복 기간도 짧게는 2~3일이면 퇴원 가능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시기를 놓쳐 뇌 안쪽까지 종양이 뚫고 올라가면 뇌를 열어야 하는 큰 수술로 바뀐다”며 “그만큼 수술에 따른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조기검진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뇌질환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대형병원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수술 실력은 별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 질 수준은 상향평준화 돼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설이 더 잘 갖춰지고, 환자 한 명 한 명에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인 곳을 찾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교수는 내시경보다 더 정교하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외과 영역에서 트렌드는 로봇을 활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기술력으로는 뇌수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소절개, 정밀수술이라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뇌수술에 접목시켜보려고 연구를 해왔지만 지금 기술로는 코를 통한 내시경 기구를 핸들링하지 못한다. 코를 통해 들어가는 내시경의 두께는 4㎜정도인데 현재 많이 쓰이는 다빈치 등 복강경 기구들은 7~8㎜다”라면서 “복강은 넓으니 몇 ㎜차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코 안에 넣는 것은 훨씬 작은 기구와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상 최소화 수술법 연구”

조 교수는 “내시경 수술은 이미 뇌수술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로봇수술 역시 외과 영역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로봇수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 지금보다도 내시경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라면서 “내시경 로봇은 아니지만 뇌정위 로봇에 대한 초기 개발단계에 참여했었기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시경 로봇 개발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