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치료 적기 놓치면 삶의 질 급격 하락”

입력 2020-12-21 17:20
사진=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여드름은 누구나 겪는 사소한 질환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적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상당히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이미우(사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지난 9월 대한여드름주사학회장으로 취임했다. 학회는 염증성 피부질환에 대한 연구와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여드름을 비롯해 지루피부염, 주사피부염, 화농성한선염 등 4가지 질환이 학회의 주요 연구 주제다. 이에 여드름을 비롯한 염증성 피부 질환의 증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주사피부염과 화농성한선염은 여드름보다 정도가 심한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사피부염은 얼굴에서 발생하며, 여드름보다 더 광범위한 연령에서 나타난다. 여드름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사피부염은 나이가 들어도 호전이 되지 않으며 한 번 발생하면 반복적으로 영구히 진행된다. 화농성한선염은 몸에 발생하는 심한 염증으로, 얼굴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드름과 주사피부염은 크기가 작은 염증을 발생시키는 반면, 화농성한선염은 종기같이 큰 염증을 유발한다. 사춘기에 발병해 지속되다 50대에 증상이 약해진다. 외부 환경보다는 체질적 요인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이 특히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여드름이나 주사피부염과는 다른 희귀질환이며, 통증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환자들이 옷을 입거나, 앉고 누울 때 불편이 커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질환에 대해 알지 못해, 빠른 진단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며 “학회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고,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려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마주하는 사회적 인식의 한계도 크다. 피부 질환은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 크지만, 미용 분야에 속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다행히 화농성한선염은 병의 정도를 경도-중등도-중증으로 나눠 분류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 1월1일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병의 중증도를 구분하고, 정도에 따라 올바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의 기본으로 염증 조절을 꼽았다. 질환과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약에 차이가 있다. 여드름은 항생제와 비타민A 유도체를 복용하며 국소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사피부염은 항생제 복용이 기본이다. 다만, 환자의 피부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약 복용뿐만 아니라 피부 관리 방법, 세안 방법, 화장품 선택 방법 등에 대한 지도가 중요하다.

화농성한선염 치료에도 항생제가 쓰이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쓰인다. TNF-알파 억제제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으로,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중증의 환자에게 사용된다. 이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은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높은 약제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올해 질병코드가 분류된 만큼, 앞으로 환자 수 파악과 지원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