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는 지금 코로나로 존폐 갈림길… 방역 돕자”

입력 2020-12-17 03:01
한국원로목사총연합회 소속 원로목사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작은교회! 한국교회의 희망!!’이란 주제의 기자회견을 마친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 내 미자립교회 비율은 어림잡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큰 교회도 힘든 상황에서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의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작은 교회와 미자립교회는 평소 담임 목회자 사례비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은 임대료도 못 내는 교회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로 성도들이 출석을 안 하는 데다 온라인 방송 예배 여건이 좋은 큰 교회로 옮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한국교회 원로목사들이 안타깝게 여기고 작은 교회를 살리자는 캠페인에 나섰다. 한국원로목사총연합회(한원총·총재 서기행·대표회장 송용필 목사)는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작은 교회! 한국교회의 희망!!’이란 주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작은 교회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동참과 관심, 지지를 호소했다.

원로목사들은 “작은 교회가 한국교회의 희망인데 코로나로 스러지는 교회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작은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신신묵 한원총 이사장은 “코로나로 집에 있어야 하는데 작은 교회에 대한 걱정으로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원총은 본래 한국교회 원로 목회자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했다. 하지만 작은 교회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자신들의 권리보다 이들 교회를 돕는 데 나섰다. 대표회장 송용필 목사는 “2020년 연말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웃는 얼굴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코로나로 인해 ‘블루 크리스마스’가 됐다”며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사진은 주요 임원. 왼쪽부터 신신묵 송용필 김동권 김진호 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송 목사는 “우리가 추진하는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은 한국교회 성장 풀뿌리인 작은 교회를 건강한 교회로 세우는 프로젝트”라며 “원로 목사인 우리가 먼저 앞장서면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와 평신도도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도 쉽지 않다. 대형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위한 좋은 장비와 인원이 확보돼 있지만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예배 자체가 어렵고 기존 성도들을 돌보기도 힘들다. 이는 성도들이 큰 교회에 관심을 두거나 이동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작은교회살리기연합에 따르면 이 단체가 지원하는 교회 2300여곳 대부분 심각한 재정 상태로 인해 존폐의 갈림길에 직면하고 있다.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는 방역에 대한 걱정 때문에 출입을 꺼리기도 한다. 방역을 위한 예산이 거의 없다 보니 자체적인 방역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원총은 먼저 온라인 예배와 방역 장비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기자회견이 열린 이 날도 작은 교회 10여곳을 선정해 다양한 방역 물품을 지원했다. 코로나 방역 업체의 협조로 마스크와 방역기, 체온측정기, 살균기, 소독수 등 1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다. 체온측정기는 영광기업이, 소독수는 한국전해수가 전액 무료로 제공했다.

한원총이 캠페인에 나선 것은 코로나 위기 극복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교회를 살리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는 데 크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진호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은 “작은 교회가 한국교회의 희망이자 한국교회의 뿌리”라면서 “이들을 살리지 않고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로 작은 교회의 열기가 사그라지면 한국교회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작은 교회가 우리 한국교회를 떠받치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동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 총회장도 “작은 교회는 우리 한국교회의 지체로서 우리가 돕지 않으면 한국교회 전체가 무너진다”면서 “한국의 대형, 중형 교회들이 하나가 돼 작은 교회를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회장은 “그래야 12월 성탄절을 맞아 주님께서 하나 된 한국교회를 기뻐하시고 서로 사랑하는 한국교회를 칭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코로나로 방역이 필요한 작은 교회에 우리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며 “방역을 위한 재정과 방역 물품을 모아 작은 교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원총은 작은 교회와 미자립교회를 돕기 위해 이날부터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1구좌(10만원), 10구좌(100만원) 단위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예산을 마련하게 되면 먼저 작은 교회와 미자립교회 방역을 해결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송 대표회장은 “코로나19가 우리 한국교회의 ‘짐’이지만 이 짐을 우리 주님께 맡겨 ‘힘’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 힘은 우리가 하나 될 때 나타난다. 큰 교회 작은 교회 할 것 없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서로 도울 때 주님께서 은혜를 놀랍게 부어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원총은 이번 캠페인에 동참하기 원하는 이들은 한국교회 방역단(02-3394-8877)으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