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탑정호 붉은 노을은 계백 장군의 충혼이런가

입력 2020-12-16 20:12 수정 2022-02-02 18:12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과 부적면을 잇는 탑정호 출렁다리의 말굽쇠 모양 교각에 아침 해가 걸려 있다. 폭 2.2m, 다리 구간 570m 규모 현수보도교로, 내년 2월이나 3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충남 논산에 거대한 탑정호(塔亭湖)가 있다. 가야곡면과 부적면에 걸쳐 있는 논산저수지다. 면적 503만여㎡(약 152만평) 규모로 1941년에 착공해 1944년에 준공했다. 논산천 유역 평야 관개용으로 축조됐지만 최근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며 비대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탑정호에서 신상 볼거리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다. 가야곡면 종연리와 부적면 신풍리를 잇는 현수보도교다. 2018년 9월 착공해 2년여 만에 위용을 드러냈다. 폭 2.2m, 다리 구간만 570m에 양쪽 끝 진입구간까지 합치면 전체 길이 600m로, 현재로서는 국내 최장은 물론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내년 2월이나 3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양쪽 끝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출렁다리를 지탱해줄 주탑 2개 등 교각 3개가 설치됐다. 말굽쇠(U) 모양으로 우뚝 솟은 주탑 2개가 교각 역할을 하고, 그 사이 나지막한 교각이 하나 더 있다. 가운데 교각에는 지붕을 갖춘 전망대가 들어선다. 다리 상판은 나무데크와 격자형 철망으로 이뤄져 있어 호수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탑정호 출렁다리 LED 스크린에 ‘새로운 시작 2021’이라는 문구가 표현되고 있다.

다리에 ‘미디어 파사드’가 연출된다. 주탑을 잇는 케이블에 세로로 촘촘히 매달아 놓은 강선에 LED를 설치해 야간에 스크린처럼 활용한다. 다리 전체가 거대한 ‘미디어 도화지’가 된다. 제방 바로 앞 멀티미디어 분수와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지난 1일부터 저녁 시간 대에 수시로 테스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새로운 시작 2021’ 등의 메시지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탑정호에는 수변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걸어가면 수생 식물원, 자연 학습원, 분수, 팔각정 등이 나타난다.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수변을 따라 물 위에 설치된 ‘힐링수변데크산책로’가 인기다. 3㎞가량 물 위를 걸으며 서정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나무데크 길이다. 반쯤 물에 잠긴 나무와 겨울철새들이 풍경을 더한다.

수변생태공원 인근에 백제군사박물관과 계백 장군 유적지가 있다. 백제의 계백 장군은 660년 7월 9일(음력) 5000명 군사로 신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결사항전으로 맞서 싸웠지만 패했다. 패전한 장군이지만 충혼은 살아 있다. 유적지 입구 언덕 위에 조성된 말을 탄 계백 장군 동상은 기개가 넘친다. 부릅뜬 눈으로 힘차게 칼을 휘두르며 호령하는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계백 장군 묘는 봉분 하나와 비석 하나로 소박하다.

황룡재 인근 함박봉에서 내려다본 황산벌.

이곳에서 황산벌이 멀지 않다. 깃대봉과 함박봉 서쪽 야트막한 분지 안에 있는 연산면 일대 들판이다. 김유신은 신라를 출발해 탄현 고개를 넘어 백제 땅으로 진군했다. 벌곡에서 함박봉(404.4m) 고개를 넘어 황산벌 들판으로 내려왔다.

함박봉에 오르면 확 트인 황산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출발은 황룡재다. 빈 공터에 주차한 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640m 정도를 30분가량 오르면 함박봉 정상이다. 구릉들 사이로 분지가 아늑하게 자리한다. 그 너머 탑정호가 넓게 펼쳐져 있다.

황산벌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과도 연관 있다. 견훤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에서 태어났다. 신라의 비장이었던 견훤은 무진주(광주)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했고, 효공왕 4년(900) 완산주(전주)에 후백제를 세워 왕이 됐다.

장남 신검 대신 이복인 넷째 금강을 후계자로 삼자 신검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검은 금강을 죽이고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고 왕이 됐다. 견훤은 3개월 만에 금산사를 탈출해 왕건에게 귀부했다. 왕건은 견훤과 함께 대군을 이끌고 신검을 공격했다. 황산벌에서 두 군대가 맞섰고, 신검은 크게 패한 뒤 왕건에게 항복했다.

연무읍 금곡리 야산에 견훤왕릉이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후백제를 시작한 완산이 보이게 묻어 달라는 견훤의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무덤이 자리 잡았다. 낮은 철제 펜스 안으로 큼지막한 봉분이 있고, 비석만이 후백제 왕 견훤 능이라고 말해줄 뿐이다.

연무읍 금곡리 야산에 자리한 견훤왕릉.

여행메모
수변생태공원~탑정리 ‘솔섬’ 사진 명소
유네스코 세계유산 돈암서원 가까워

충남 논산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으로 가려면 논산천안고속도로 서논산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으면 호남고속도로 양촌나들목이 가깝다. 겨울철 탑정호에서는 흰 큰고니, 가창오리, 쇠오리 등 철새를 만날 수도 있다. 호수 가까이 이어지는 22㎞가량의 순환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에서 탑정리 석탑까지 1시간30분 소요된다. 이 구간 백미는 조그마한 물가의 동산이자 전망대인 '솔섬'이다. 28그루의 소나무가 아름다운 원형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사진 명소다.


탑정호에서 가까운 곳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돈암서원(사적 383호)이 있다. 1634년에 창건, 1660년에 사액서원이 됐으며,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았다. 노성산성(사진)입구 명재고택은 겨울철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인 장독대가 운치 있다.



논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