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16일 오후까지 서면 내라” 돌변해 “이번에 끝내겠다”

입력 2020-12-16 04:02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문이 열린 1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시위자와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자가 나란히 서 있다. 2차 심문에선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증인 5명에 대한 심문이 이뤄졌다. 김지훈 기자

“누명을 벗겨보려고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지만 이렇게 종결됐다. 이미 법무부에서는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특별변호한 이완규 변호사는 15일 오후 7시50분 징계위원회가 종결된 뒤 기자들을 만나 중징계 처분을 예감한 듯 이렇게 말했다. 징계위 측이 자정까지 토의를 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윤 총장 측은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이 변호사는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해서 승복하기 어렵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총장 측에 따르면 이날 징계위의 심의 종결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징계위에 제출한 진술서에 사실과 다른 진술이 많다며 탄핵 서면을 내겠다고 했고, 징계위는 처음엔 “16일 오후까지 내면 되겠다”고 안내했다. 이때 윤 총장 측이 다른 증인들의 증언에 의미 있는 내용이 많다며 “하루 이상 시간을 달라”고 간청하자,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을 잠시 퇴장시키고 회의를 열었다.

곧이어 징계위 측이 통보한 말은 “오늘(15일) 끝내겠다, 1시간을 줄 테니 최종의견을 진술하라”는 것이었다. 탄핵 서면 제출의 시한을 궁금해 하던 윤 총장 측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번에 다 끝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라는 항변이 계속됐지만 정 교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총장 특별변호인들은 “불가능하니 하지 않겠다, 기록에 남겨 달라”고 선언한 뒤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징계위원 4명은 저녁 식사 뒤 오후 9시9분부터 토론을 시작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들이 이때부터 의미 있는 토론을 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징계위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제출한 600페이지 규모 서면에 미온적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증인심문 때에도 징계위보다 윤 총장 측의 질문이 더 많았다.

속전속결 심문 속에서도 증인들은 윤 총장 징계 청구 정당성과 관련해 중요한 증언들을 했다. 이 검사는 “실제 ‘검·언 유착’이 아니라 ‘권·언 유착’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고 한다. 윤 총장 감찰 기록 속에서 이 사건의 제보자 지모씨가 이모 전 채널A 기자를 만나기에 앞서 MBC 측과 접촉했다는 내용을 발견했다는 증언이었다.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박 부장검사는 “총장 감찰 과정에서 실무책임자인 내게 확인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검·언 유착’뿐 아니라 ‘권·언 유착’에 대한 균형감 있는 수사를 당부했다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었다.

윤 총장 측이 시도한 징계위원 기피신청, 기록 등사 신청, 서면 추가 제출 신청은 징계위 내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와 징계위가 부분적으로 내 주는 감찰기록을 일일이 손으로 받아 적었다. 회의 중에는 심의 과정 녹음을 의심받아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받는 일을 겪었다. 윤 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는 심의 종결 뒤 “우리가 아직 못본 자료가 많다”고 했다. 법무부는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겠다”고 했었다.

과천=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