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전직 임원들의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이 법정 분쟁으로 전환됐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선수협을 이끌었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전 회장과 김태현 전 사무총장, 오동현 고문변호사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선수협은 같은 날 양의지(NC 다이노스) 신임 회장 체제에서 첫 총회를 열고 차기 임원 선출을 포함한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사람과 운동은 “오 고문변호사의 알선으로 선수협으로 들어간 김 전 사무총장이 오 고문변호사의 소속인 법무법인 린에 8800만원을 지불하고 회계감사를 의뢰했다”며 “선수협의 총자산규모(1억9000만원), 임직원수(5명), 연수입(약 20억원) 등을 고려하면 업계에서 통용되는 회계감사비용은 300~4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회장과 김 전 사무총장이 보수 및 판공비 부정수령으로 업무상 배임죄 및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기존 2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인상된 판공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 받은 사실이 드러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사무총장은 월 250만원씩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아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사용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공비 증액 논란을 사과하면서도 “스스로 인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18일 선수협 임시 이사회에서 판공비 인상이 결의됐고 자신은 이로부터 나흘 뒤인 같은 달 22일에 선임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선수협 회장으로 누가 당선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만의 이익을 위해 판공비를 인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람과 운동은 임원에게 보수나 판공비를 지급할 수 없도록 명시한 선수협 정관을 들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 7일 임시 이사회에서 제10대 회장으로 양 회장을 선임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리베라호텔에서 총회를 열어 김현수(LG 트윈스), 이재원(SK 와이번스), 황재균(KT 위즈)으로 부회장단을 구성하고, 차기 사무총장의 공개 채용을 결정했다. 김용기 대외협력사업국장은 당분간 사무총장 대행을 맡는다.
선수협 관계자는 “회장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해 더 많은 목소리를 담고 공정성을 높일 목적으로 부회장단을 구성했다”고 했다. 전직 임원들의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오 김용현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