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4선 했으면 됐다. 이제 후배들한테 자리를 물려주자. 마지막 정치적 도전으로 서울시장에 ‘올인’하겠다.” 민주화운동세력 86그룹의 대표 정치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 인생을 걸고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중에겐 86세대의 맏형이자,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있던 흑백사진 속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권 입문 후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두루 지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로 야당과의 탄핵 협상을 이끌며 정치력을 인정받은 중진 의원이기도 하다.
그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우 의원은 15일 국민일보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누구보다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낮은 인지도로 고전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서울 지역구 정치인으로 지내면서 어느 후보보다 서울시 현안에 밝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 인재로 개혁진보세력의 적자이면서도, 합리적인 성향으로 중도층까지 포섭할 수 있는 인물이란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하 일문일답.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 궁금하다.
“내 역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정치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다. 지금 서울시는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서울시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확산 피해가 더 커졌다고 본다. 선제적 조치를 내리는 데 결정권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번엔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시정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험이 많고 서울시 현안에 밝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공백이 발생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직속 기구로 양성평등전담부서를 만들어 좋은 정책을 제안할 뿐만 아니라 양성평등과 관련해 감시와 견제기능까지 하도록 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 오랫동안 구조화된 성인지 감수성을 교육만으로 바꾸긴 어렵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계속 경고를 하고, 때로 벌칙도 줘야 한다. 신고가 들어온 뒤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서울시청에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어느 부서에서 부적절한 대화가 오가고 있지 않나, 어떤 상사가 여직원을 함부로 대하고 있지 않나 등 상시감시체계를 작동해 미리 사고를 방지하겠다.”
-야당에선 벌써 많은 후보가 출마를 공식화하고 뛰고 있다.
“나오시는 분 중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이름 석 자 알리려고 서울시장 경선을 활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 꽤 있다. 그분들 중에 탄핵에 대해 제대로 사과했거나, 새롭게 변화했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별로 없다. 10년에 주택 120만호 공급 등 황당한 공약도 많다. 이런 모습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정치와 공약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여당 지자체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라서 여당이 이기기 힘들 것이란 평가도 있다. 본선에서 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우상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최근에 치러졌던 세 번의 전국 선거와 분위기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제 강점이라면 민주화 개혁세력의 적자이면서도 외연 확장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영입했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면, 제가 개혁진보세력의 맥을 잇는 적자임은 틀림없다. 또 서울에서 20년 정치하면서 서울시의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대화가 가능한 합리적 진보라는 측면에서 외연 확장성이 낫다는 경쟁력도 있다. 비록 지금은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당에서 거론되는 후보 중 외연 확장성은 가장 높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은 제일 낫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지지율이 낮은 편인데, 당내 경선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거론되는 후보들이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지지율이 제일 높으신 분(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높은 인지도와 강한 열정이란 장점이 있다. 저는 당원이나 국회의원, 시·구의원 등 당내 선출직들의 지지 기반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도 있다. 최대한 당내 기반을 토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서울시민에게 다가가는 경선 운동 방식을 택할 생각이다.”
-공약으로 서울시민 전원 코로나 백신 공급을 내세웠는데 재원이나 물량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지금 취약계층과 필수인력에 추가로 접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백신 접종을 원하는 시민에 대해서는 서울시 차원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 접종 때 들었던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백신 접종비는 몇백억 수준일 것이다. 또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 등을 고려하면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고 본다.”
-주거 문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을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다.
“세계적인 도시정책 모델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미 성공한 사례들이다. 강가 도로와 철로 위에 인공대지를 씌워 부지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일대에 가능한 곳들이 있다. 3년 전 항공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구상을 끝냈다. 이렇게 입지가 좋은 곳에 공공임대주택 11만호를 만들고, 5만호는 토지임대 및 환매조건부 공공자가주택을 짓는 것이다.”
-한강변 조망권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파트가 즐비하게 서 있는 곳이 아니라 조망권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지역부터 하면 된다. 불가피하게 조망권을 가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싸울 것이다. 왜 서울의 한강 조망권은 부자들만의 것이어야 하나. 강은 공공재다. 당장 주택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저렴한 자가주택을 일정 기간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강변의 조망권을 선물하고 싶다.”
-서울을 ‘아시아의 뉴욕’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도시를 구상하고 있나.
“금융과 문화, 관광·레저의 도시다. 활기가 돌고 생동감 넘치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 우선 홍콩의 글로벌 금융사들의 서울 이전을 추진하겠다. 홍콩 소요 사태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아시아 본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이 싱가포르와 서울이라고 한다.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 후 서여의도에는 국제 금융사를 위치시켜 국내 금융사가 모여있는 동여의도와 함께 시너지를 내게 하겠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금융 산업 쪽 일자리가 최소 15만개 생겨난다.”
-관광·레저는 한강을 중심으로 활성화할 계획인가.
“수도에 강폭이 1.5㎞에 달하고 길이가 30㎞나 되는 강이 있는 나라는 없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수도에 어떻게 이렇게 큰 강이 있냐고 놀란다. 이렇게 훌륭한 강을 그냥 놀리고 있다. 수상스포츠와 수륙양용차 등 다양한 관광·레저가 가능하다. 또 전 세계에 이런 고수부지를 가진 강도 없다. 고수부지는 시민들의 휴식처 아닌가. 파리의 센 강변처럼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을 만들 수도 있다. 여러 종합적인 실험을 통해 한강을 서울 시민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 이 정도면 준비된 서울시장 아닌가(웃음).”
이가현 박재현 강준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