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실수요자가 많이 이용하는 정책 대출인 보금자리론의 판매액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이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귀해지자 서민들이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3분기 보금자리론 신규 판매액은 5조1031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3%가량 줄었다. 지난해 4분기 19조2503억원이 팔리며 호조를 보이다 올 1분기 17조2492억원, 2분기 5조8857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판매액은 1조4639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을 통한 아파트 구입 분위기는 더 심해졌는데도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자체가 줄어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감정원 시세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 서울 아파트 중 6억원 이하는 67%였으나, 지난 6월 말에는 29%로 ‘반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15%에서 39%로 배 이상 늘었다.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조건이 괜찮은 아파트는 죄다 6억원이 넘는다”며 “신용대출도 점차 막혀가고 있어 빨리 집을 구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보금자리론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4년 전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사는 데 활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최근 관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2006년 방배동의 아파트를 카드사 대출을 이용해 구매했다는 논란이 일자 “당시 보금자리론으로 대출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서울 내 주택 구입 부담은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3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직전 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한 144.5를 기록했는데, 2009년 4분기(150.8) 이후 가장 높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소득이 중간인 가구가 평균 가격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수화한 것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