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인사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성과, 역량이 검증된 리더들을 대거 발탁해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동차 제조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혁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15일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주요 그룹사의 수장을 교체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과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위아 정재욱 사장은 각각 부사장에서 승진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장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맡아 브랜드 판매량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 또 경영지원본부장 겸임 경험을 바탕으로 전사 차원의 변화를 이끌 리더로 평가받는다. 현재 현대차 대표이사인 이원희 사장은 글로벌 사업 최적화, 전동화·스마트팩토리 등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을 거친 조 사장은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윤 사장은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를 이뤄낸 성과를 인정받았고, 정 사장은 30년 이상 오랜 부품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한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을 이끌 임원 인사도 이뤄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재원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UAM 개발과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에 전념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담당했던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 이규오 전무와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도 각각 부사장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의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부문에서 배출됐고, 젊은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은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고,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 김택균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40대 초중반 우수인재 5명이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등 5명의 여성 임원(상무 승진)도 새롭게 배출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인 고위 임원들의 용퇴도 이뤄졌다. 현대제철 김용환 부회장과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은 각각 고문에 위촉됐다. 이들의 부회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 등은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현대위아 김경배 사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현대차 서보신 사장 등도 고문을 맡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