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플렉스는 여기서!… 제로웨이스트의 삶 실천하세요

입력 2020-12-19 04:03

“외출할 때 텀블러를 갖고 나가는 게 습관이 됐어요.”

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출근할 때마다 자신만의 제로웨이스트 키트를 준비한다. 면 소재의 손수건, 간식으로 먹을 떡을 담은 유리통,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에코백에 담는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덕분에 플라스틱과 종이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휴지가 필요한 순간에는 손수건이 등장한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쓰레기(waste)를 줄여서 영(zero)으로 만들자는 친환경 운동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자 반대편에서는 A씨처럼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키워드를 한 온라인 카페 ‘제로웨이스트 홈’ 이용자 수는 1만명을 넘었고,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익숙하지 않은 길에는 동료가 필요한 법. 국민일보는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우리동네 제로웨이스트 숍’ 36곳을 소개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각종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매장부터, 관련 워크샵을 운영하는 가게, ‘NO 플라스틱’을 가치로 내건 카페까지 다양한 매장이 숨어 있었다.

코로나 시대, 제로웨이스트 필요한 이유

코로나19로 인해 택배와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포장재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상반기 포장폐기물은 지난해 대비 비닐류 11.1%, 플라스틱류는 15.6% 증가했다. 제로웨이스트 확산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일회용품 폭증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 ‘지구수호대 리필상점’(인천 서구)의 박보민 운영자는 “코로나19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보면서 문득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음 세대가 걱정돼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편한 삶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함께 일상 속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일회용품을 대체할 각종 재료를 구하고 만드는 일들은 고되지만,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었다. 박 운영자는 “동네 주민들에게 사용하지 않은 텀블러를 기부받아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손님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더니, 텀블러를 빌려 간 손님들께서 깨끗이 씻어서 돌려준다”며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반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로웨이스트 숍 ‘지구에티켓’(경기 오산시) 측은 “주택가에 가게가 있다 보니 엄마와 아이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아이에게 다회용품을 보여주며 환경 보호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교육환경을 조성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우리 집 근처 제로웨이스트 가게 찾기

수요는 늘고 있지만 다회용품, 친환경제품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2016년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피커’를 시작으로 생겨난 제로웨이스트 숍 36곳 중 절반에 가까운 14곳이 서울에 몰려있다.

‘소중한모든것’ 소정 대표는 “나도 포장 없는 물건을 사기 위해 도심을 헤맨 적이 있다”며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현재 서울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커뮤니티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관련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속속 생겨나는 숍 정보를 꼼꼼히 챙기면 제로웨이스트의 삶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올해 12월 2일 문을 연 ‘덕분애(愛·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는 상호명에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덕분에, 우리의 작은 실천 덕분에 지구가 더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덕분애’는 유리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등 지속 가능한 빨대, 미세플라스틱 없는 대나무 칫솔, 천연 대나무 섬유로 만든 대나무 반창고까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알맹상점’(서울 망원역 인근)은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으로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표어를 내걸며 포장 없는 가게를 선언했다. 용기를 가져가거나 기부받은 유리용기에 화장품, 차류 등을 필요한 만큼 담아 g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지구수호대’는 주민이 주도하는 제로웨이스트 문화 상점으로 예비사회적기업인 ‘정약용컴퍼니’와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시간을 내 가게를 지키고 직접 만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다회용품 체험 교실도 열린다.

‘타예르셀바’(대구 달서구) 송윤지 대표는 “아직 한국에서는 환경 운동과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관심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많이 생겨 친환경제품을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또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이윤 추구를 넘어 함께 환경을 지켜나가는데 보탬이 되는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키워드 : zero waste
불필요한 쓰레기 줄여서 제로로 만들자는 친환경 운동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