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의지’ 없인 3단계도 소용없다

입력 2020-12-15 04:00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썼지만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서 거리두기를 지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성호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결정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거리두기 효과가 약해져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민들의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극약처방인 3단계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이대로라면 곧 하루 1200명까지 확진자가 늘 수 있다며 국민적 협조를 호소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3단계 격상은) 그 효과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브리핑에서 “최근 감염경로 동향을 보면 가족·지인·동료 간 전파가 제일 많다. 행정적 조치만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 당국과 국민이 힘을 모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0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발생한 집단감염(1만6286명)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가족·지인 간 모임이 21.8%로 가장 많았다. 60세를 제외하고 대부분 연령층에서 가족·지인 모임으로 인한 감염이 제일 많았고, 60대 이상에서만 요양병원·시설 관련 감염(28.5%)이 더 많았다. 거리두기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김장 모임이나 가족 모임, 지인과 동호회 모임 등이 잇따랐던 탓으로 분석된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 유행 발생 이래 최고의 위기상황”이라며 “(향후) 950명에서 1200명 사이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18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4만3484명으로 집계됐다. 1000명이 넘었던 전날과 비교하면 주말 검사량 감소의 영향이 다소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기준 감염병재생산지수는 1.28이었다.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 효과를 걱정하는 이유는 실제 이동량이 거리두기 상향 조정 후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효과는 지난달 19일 수도권에서 1.5단계로 올릴 때까지만 해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1.5단계 격상 후 지난달 28, 29일 수도권의 휴대전화 이동량은 직전 주보다 22.9% 줄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효과는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정부는 이달 1일 수도권에 방역강화 조치를 내렸으나 1주일 후인 지난 8일 이동량은 직전 주와 비교해 고작 3% 감소했다. 그주 주말(5, 6일)의 이동량은 직전 주에 비해 오히려 0.6% 증가했다.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풍선효과가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고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는 항상 풍선효과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행위나 장소가 문제라고 보는 핀셋 방역보다는 포괄적인 거리두기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오염된 마스크를 제때 교체하고, 개인 손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며 대중교통 이용 전후로 소독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노력을 다시 강조할 때”라며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다 해도 당장 큰 효과는 없겠지만 이는 유행 규모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