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카페주인도 한 푼이라도 더… 배달 알바 5만 시대

입력 2020-12-15 00:02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주당 20시간 이내로만 배달 할 수 있는 단기 배달 아르바이트 ‘배민 커넥트’를 모집하고 있다. 배달이 생업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배민 커넥트는 시간 총량제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 커넥트 모집 홈페이지 갈무리

홀로 카페를 운영하는 안모(45)씨는 눈 내린 지난 13일 서울 강동구 한 대단지 아파트를 잰걸음으로 오가며 도보 배달을 했다. 길이 미끄럽고, 단지가 복잡해서 많이 헤맸다. 이날 안씨가 5시간 일해 손에 쥔 돈은 11만2600원. 눈 내린 덕에 평소보다 배 가까이 벌었다.

안씨는 “카페 매출이 7800원 나온 날, 배달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주말엔 문 닫고 ‘배달 알바’라도 해야 마음잡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처럼 단기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에서 모집하는 ‘배민 커넥트’에 등록된 ‘커넥터’ 인원은 5만명이 넘었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우리들의딜리버리’의 ‘우친’(배달자)에 지원한 인원은 출시 3개월도 되지 않아 4만5000명을 넘겼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23조원(공정거래위원회·2019년 기준)을 넘어선 비대면 경제 시대, 단기 배달 알바 규모도 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등록 인원이 확인되는 배민 커넥트와 우딜 우친은 각각 5만명 안팎이지만 프로모션 혜택만 받고 실제 배달은 거의 하지 않는 경우, 배민 커넥터·쿠팡이츠 배달파트너·우딜 우친에 중복 등록한 경우 등을 감안했을 때 실제 알바 수는 5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주부 장모(38)씨는 최근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에 지원했다. 장씨는 “친구가 먼저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쿠팡이츠로 배달을 했는데, 해볼 만 하다고 했다. 친구 초청으로 배달 파트너에 지원하면 둘 다 1만원씩 더 받을 수 있어서 당장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집 근처 아는 동네 쪽 콜만 받았고,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도보 배달을 택했다. 그는 “아이들도 있어서 자주는 못 하겠지만 시간 날 때마다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업체들은 더 많은 배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 알바에 지원하면 1만~2만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 수요는 급증했는데 배달 인력은 한정적이라 배달 지연이 자주 생기면서다. 배민 관계자는 “프로모션을 하면서까지 라이더를 모집하는 건 서비스 품질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이 생업인 경우에는 대부분 기동성 좋은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하지만 배달 알바의 운송 수단은 훨씬 다양하다. 흔히 이용되는 오토바이부터 자전거, 전동 킥보드, 자동차까지 동원된다. 아르바이트다 보니 빨리 배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는 대신 나에게 가능한 방법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우리들의 딜리버리’ 서비스의 우친 배달자가 지난 8월 편의점 GS25에서 배달할 물건을 전달받고 있다. '우리들의 딜리버리'는 서비스 론칭 3개월도 채 안돼 배달자 수 4만5000명을 넘겼다. 우친 등록은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30대(36.4%)와 40대(27.7%)가 절반 이상이고 최고령 우친은 90세다. GS리테일 제공

이렇게 배달 한 건으로 벌 수 있는 금액은 보통 3000~4000원 정도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야식 시간,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에는 건당 배달료가 배 이상으로 뛰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김진호(28)씨는 서울 송파 지역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3시간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씨의 이동 수단은 자전거다. 김씨는 배민 커넥트와 쿠팡이츠 앱을 모두 깔아놓고 콜을 받는다. 점심시간 즈음이라 많이 버는 날엔 하루 10만원도 벌지만 2만원도 못 버는 날도 있다.

김씨는 “용돈 정도는 벌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취업도 안 되고 알바마저 구하기 어려워서 몸은 좀 힘들지만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 배달 알바 규모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문 닫은 자영업자들에게 일말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