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에 ‘대용량(100ℓ) 종량제 봉투의 사용 제한’ 방안을 담았다. 환경미화원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데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를 긴급히 보호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환경부 등은 14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필수노동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소득감소·실업 위기 등 어려움을 겪는 종사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문돌봄종사자·방과후강사 9만명에게 내년 상반기 중 1인당 50만원 생계비를 지원한다. 예산은 460억원을 책정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추진해 그동안 특고의 산재보험 가입을 가로막은 전속성 기준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 이 밖에 택배·배달기사 등에 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고 콜센터·물류센터 등 집단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업종을 관계부처가 합동 관리하기로 했다.
환경미화원 보호·지원 내용도 대책에 포함했다. 환경미화원 신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100ℓ 종량제 봉투의 사용 제한을 내년부터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재활용품 수거 전용 저압축 차량의 사용 기준을 만들고 선별장 노후시설 교체도 추진한다.
다만 노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책과 ‘종량제 봉투 사용 제한’은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성이 떨어지고 이미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용량 종량제 봉투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ℓ 종량제를 75ℓ 종량제 봉투로 바꿨거나 전환 계획을 밝힌 지자체도 상당수다. 업소용 100ℓ 종량제 봉투는 이미 지난해 4월 사용이 제한됐다.
한 대기업 계열사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폐업이 속출하는 마당에 100ℓ 종량제 봉투 사용 제한이 코로나19에 대응해 긴급히 추진할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대용량 종량제 봉투 사용 제한은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대응책은 아니다”라며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의 오래된 습관성 정책 모으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동자가 25㎏에 달하는 대용량 종량제 봉투를 차량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신체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