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부터 제조업 죽 쑤고… 부동산업은 흥청

입력 2020-12-15 04:01

지난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 영업이익이 대폭 후퇴한 영향이 컸다. 반면 부동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40% 이상 급증하고 종사자 수 증가세도 업종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부터 ‘제조업 침체, 부동산업 활황’이라는 달갑잖은 현상이 한국 경제에 드리운 것이다.

통계청은 ‘2019년 영리법인 통계 결과(잠정)’에서 지난해 법인세를 납부한 영리법인의 영업이익은 219조8390억원으로 1년 전(284조4190억원)보다 22.7%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영업이익 감소 폭은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래로 가장 컸다. 국내 영리법인 영업이익은 2015년 14.8%, 2016년 17.8%, 2017년 23.6% 등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2.1%)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 감소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지난해 대기업 영업이익은 124조8000억원으로 31.5%나 줄었다. 중소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1년 새 10.3% 감소했으며 중견기업은 전년 대비 2.0% 줄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유가 하락 때문에 기업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특히 제조업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영업이익은 84조2740억원으로 전년(140조7250억원)보다 40.1%나 급감했다. 이 역시 통계가 나온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영업이익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3%로 가장 큰데, 감소 폭도 산업 중 가장 컸던 셈이다. 금융보험업(-25.7%) 건설업(-6.5%)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업종이다.

반면 부동산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조9340억원으로 전년(10조6230억원)보다 40.6% 뛰었다. 통계청은 “2018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9% 감소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했지만 현 정부 들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 세부 수치도 부동산업이 단연 앞섰다. 종사자 수 증가율이 전체 업종 중 최고다. 지난해 부동산업 종사자 수는 2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6.2%(1만7000명) 증가했다. 부동산업 종사자 증가율은 2018년에도 8.3%로 1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업종별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부동산업 기업 수도 16.5% 늘어 도소매업(4.3%)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영리법인 기업 수는 전년(70만8616개)보다 6.2% 증가한 75만2675개였다. 전체 기업 수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3%, 0.6%, 99.1%였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