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버’ 종료… 여당 법안 대북전단금지법까지 죄다 통과

입력 2020-12-15 04:0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송 의원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불평등 조약”이라며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범여권의 ‘180석 입법 파워’에 ‘필리버스터 정국’이 6일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이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 필리버스터로 저항했지만,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이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까지 쟁점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연말 입법 전쟁을 마무리한 여야는 본격적인 재보궐선거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여야는 14일 밤 10시쯤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188명 중 찬성 187표, 기권 1표로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의결했다. 전날 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 불참한 정의당(6명)도 이날은 표결에 참여했다. 곧이어 진행된 법안 표결에선 187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군사분계선(DMZ) 인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 방송을 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토록 한다. 이로써 지난 9일 이후 여야 의원 총 21명이 89시간5분(정회시간 제외)동안 진행한 필리버스터는 마무리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시간4분간의 필리버스터를 끝낸 뒤 당 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표결에 임박해 여야 합의로 발언 시간 30분을 얻은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여러분들 180석으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정말 마음이 개운하느냐”며 “(국회의원 임기) 4년 짧게 지나간다. 권력을 잡았을 때는 무서운 게 없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필리버스터에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논란으로 번졌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며 “상식적으로 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불평등조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북한 입장을 이해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자 송 의원은 “귤화위지(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며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간에는 설전도 벌어졌다. 양이 의원은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을 언급하며 SNS에 “진심으로 중대재해법 통과가 간절했다면 (전날) 필리버스터를 빨리 종결하라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정의당이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양이 의원은 “서투른 글이 오해를 일으켰다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면서 여야의 ‘재보선 속도전’도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이종구 이혜훈 전 의원과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민주당에선 4선 의원인 우상호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도 곧 결단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