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 확대 계획을 지속해서 밝혀 왔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시장이 이른바 ‘영끌 매매’로 눈 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러한 정부 의도와 달리 시장은 서울 강북과 경기도 일대 집값 과열을 이끌더니 집값 연쇄 상승의 시발점인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매수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14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436건으로 10월 거래량(4369건)을 뛰어넘었다. 거래량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구로구(234건→366건)와 강남구(215건→292건)였다. 아직 신고기한(30일)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아 최종적으로 기록될 거래량은 5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1만558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8월 4979건, 9월 3763건으로 급감해 왔다. 그런데 10월부터 거래량(4369건)이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11월에는 더 늘었다. 아파트 거래량 증가가 지역적 호재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도권 일대 추세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서울의 수요를 흡수해 온 경기도도 거래량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1만8013건으로 10월(1만7700건)보다 1.8% 늘었다. 9월 1만3557건을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고양(2479건)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고, 지난달 중순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된 김포(1032건)도 전달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많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급격한 전세난을 견디지 못해 ‘영끌 매수’에 들어간 수요 탓에 거래량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전세난이 시작된 후 서울 강북지역 자치구와 경기도 김포 집값 상승세가 한층 거세진 것이 예다. 정부가 최근 공공임대 공급 계획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막자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을 방문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값 과열은 심해지고 있다. 우선 매수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1월 한때 70대까지 떨어졌던 매수우위지수가 12월 첫째주(7일 기준)에는 강남(104.6)과 강북(103.0) 모두 10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인데, 7월에는 강북이 160.8, 강남이 149.0에 달했다가 규제 이후 급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강북의 매수세가 강남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12월 첫째주 KB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0.37%로 전주(0.37%)에 비해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한강 이북은 0.42%로 9월 이후 최대였다. 한강 이남은 0.33% 올랐는데 8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