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을까, 괴롭다” 코로나 최전선 지쳐가는 의료진

입력 2020-12-15 00:03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14일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갖춰 입고 라텍스 장갑을 끼면서 검체를 채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3차 유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검사 수요가 급증해 선별진료소 의료진도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힘들어서 입에 헤르페스, 대상포진까지 걸려요. 의료진 한번만 생각해줬으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들의 간곡한 목소리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선별진료소에는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 행정총괄을 담당하는 A씨(52)는 “하루에 1700명이 다녀간다”며 “보건소 인력 중 헤르페스, 대상포진, 우울증으로 휴직계를 낸 경우도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인력들이 번아웃(만성적 스트레스 증후군)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선별진료소에는 의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등 검체채취 의료진만 20명이 있다.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고 마감할 때까지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70~90명이다. 선별진료소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민원인들은 8시부터 찾아온다. 사실상 직원들은 오전 7시에 출근을 해야 한다. 오후 9시에 검사가 끝나도 정리를 마치면 11시가 넘는다. A씨는 “어떤 직업이든 쉬는 시간이 있는데 우린 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자치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양천구보건소의 전영신(49) 간호사는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해 끝까지 참다 보니 물 한 모금 마시기가 주저된다”고 말했다. 겨울이 오면서 추위로 어려움이 배가됐다. 구청에서 보온조끼를 나눠줬지만 검체채취 전후로 손소독제를 수시로 바르는 통에 알코올이 마르면서 손은 계속 차가워졌다. 선별진료소에 히터가 있으나 의료진은 주변에 서서 불을 쬘 시간이 없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민원인들에게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게 한다” “여기 와서 감기 걸리겠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최근에는 방역 당국이 무증상자까지 검사대상을 확대하면서 피검사자가 훨씬 늘었다. 서울시가 지난 8일부터 선별진료소 업무를 오후 9시까지 연장하면서 교대근무조차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소재 선별진료소에 파견되는 인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지원하는 인력과 서울시가 배치하는 인력으로 나뉜다. 서울시가 지원한 인력에 더해 최근 중수본에서도 인력을 파견했다. 중수본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임상병리사를 2명씩 총 50명을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16일엔 행정인력 486명도 추가 배치한다. 문제는 중수본에서 온 인력만큼 서울시 인력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 간호사는 “업무시간은 늘었지만 현재 결과적으로 충원은 ‘0’”이라고 전했다. A씨 역시 “중수본에서 이달 들어 8명을 지원해줬는데 서울시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4명을 빼가겠다 했다”며 “거의 울다시피 해서 2명만 데려가게 했는데 남은 인력이 지쳐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똘똘 뭉쳐 일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하루 1000명이 넘는 검사가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며 “공무원으로서 사명감으로 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 우리도 최선을 다할 테니 시민들도 마스크를 잘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 간호사도 “확진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끝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괴롭다”며 “국민들도 지쳤고 힘들겠지만 마스크 착용, 모임 자제 등을 지켜주고 한번쯤 의료진을 생각해주면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