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시스템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

입력 2020-12-15 04:01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게 정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신규 확진 1000명은 약 9000명의 검사를 받지 않은 감염자가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다음 주에는 2500명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중환자는 물론, 다른 중환자들도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의료시스템은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13일 기준 수도권 확진자 580명이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 중이다. 당장 입원 가능한 중증 환자 병상은 8개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봄부터 찬바람이 불면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함께 병상 확보를 수차례 요구했다. 병상 부족은 지난 2월 대구·경북지역 1차 대유행 때부터 제기된 문제다. 당시 대구에서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나 지났는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 나섰다. 경기도 평택시 박애의료재단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은 이 병원을 통째로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거점병원으로 내놓았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김 원장의 결심 덕분에 절박했던 병상 220개가 새로 확보됐다. 현재 병상은 공공 병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병상의 90%는 민간에 있다. 민간 병원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긴급 명령을 발동하지 않는 이상 강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1차 대유행 때 민간 병원의 병상을 급히 활용했지만 사후에 손실을 제대로 보전해 주지 않은 전력이 있다. 때문에 민간 병원으로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정부가 민간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참여 병원에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명확한 보상 계획과 정산 방법을 제시해 병상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게 마땅하다.

경증 무증상 환자를 위해서는 서울 장충체육관과 잠실체육관 등 대형 실내체육관에 병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연수원 기숙사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물러설 수 없는 코로나와의 전시 상황이다. 정부는 K방역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병상이 늘어난 만큼 환자를 돌볼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시급한 문제다. 3단계 거리두기 격상을 망설일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되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