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종결권에 대공수사권까지… 커지는 경찰, 권력화 우려도

입력 2020-12-15 00:0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고, 경찰 조직과 지휘계통을 재편하는 관련법들이 잇달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 시작된 사정기관 권력 구도 재편 작업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주요 사정기관 중 변화의 폭이 가장 큰 곳은 경찰조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1차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은 3년 후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되면서 사정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위상이 한층 커졌다. 지난 9일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 내용이 경찰 조직을 삼분(三分)해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변화가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는 경찰 사무를 세 갈래로 쪼갠 데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혼선이 먼저 거론된다. 경찰청장의 권한은 줄었지만 비대해진 수사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경찰의 한 축이 될 자치경찰이 시·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정치권력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경찰서 안에 세 경찰관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한 경찰서 안에 세 종류의 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관할지역 내 생활안전·교통·경비·일부 수사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있고, 그 외 국가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이 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경찰 사무의 특성상 이런 방식의 분리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14일 “성폭력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게 돼 있는데 수사 도중 국수본 관할의 다른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어려운 사건은 떠넘기려 할 것이고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은 서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다. 예컨대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성폭력·학교폭력 범죄 등 자치경찰 관할의 일부 수사는 자치위가 아닌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대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수사 기능까지 지자체로 모두 넘겨줘야 하는데, 알짜배기 수사 권한은 국수본 형태로 국가경찰 내에 남겨두려다 보니 기형적인 안이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무가 경찰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관은 “지금도 명도집행처럼 명백한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경찰 출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지자체 사무를 경찰에 떠넘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자치경찰제 사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무 전가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조치 등이 기존 안에 포함됐다가 일선 경찰의 반발로 삭제됐고,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은 명확하게 다듬었다.

경찰청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방경찰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발생했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면허증은 경찰서에 반납하고 교통비는 지자체에서 지급하던 것이 한 곳에서 통합 처리되는 식이다.

국수본·자치위, 중립·독립 관건

경찰 안팎의 관심은 새로 생길 국수본부장에게 쏠리고 있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종결권 확보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경찰 수사권을 경찰청장에게서 넘겨받게 돼 있다. 경찰청장 권한을 분산하려는 조치인데, 일각에서는 3만명 규모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일단 국수본부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법 조문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부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때는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는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일종의 견제장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코드와 상관없이 정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국수본부장으로) 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자치위 역시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위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의회에서 2명, 교육감이 1명, 자치위 위원추천위원회에서 2명, 시·도지사가 1명, 국가경찰위에서 1명을 임명하게 돼 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의회와 교육감 구성이 시·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이해를 가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시·도지사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자치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방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경찰 업무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며 “시범운영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국정원과는 견제·협력

공수처가 등장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해당 기관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 나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위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찰과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고위 공직자 범죄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각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 있다. 이후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경찰은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수사기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강점을 가진 대공 정보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경찰의 대공 수사는 어느 정도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3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보수사 역량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정현수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