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방명록·영정사진… 서울지하철 유실물 하루 310건이나

입력 2020-12-15 04:01

취업 면접 45분 전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에 면접복장이 담긴 옷가방을 놓고 내린 취업준비생 A씨.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고객안전실을 찾았다. 역사 직원들은 A씨가 열차에서 내린 시간·위치 등을 파악해 옷가방을 빠르게 찾았다. 덕분에 A씨는 무사히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4호선 열차에 결혼식 방명록을 놓고 내린 승객 B씨. 종점인 당고개역 직원은 방명록을 수거해 해당 예식장에 연락했고 B씨를 찾아 무사히 돌려줄 수 있었다.

보자기에 곱게 싸인 영정사진이 유실물로 들어온 적도 있었다. 유실물정보 홈페이지에 등록하자 곧바로 C씨로부터 “내가 잃어버렸는데 정말 소중한 사진”이란 연락이 왔고, 유실물센터는 영정사진을 돌려줬다.

서울지하철은 하루 평균 750만명이 이용한다. 그만큼 유실물 종류도, 잃어버린 승객의 사연도 다양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습득한 유실물이 11만3106건이며, 하루 평균 약 310건의 유실물이 접수됐다고 14일 밝혔다. 승객들이 가장 많이 잃어버린 물건 1위는 지갑(21%)이었다. 가방(18%)과 휴대전화(17%)가 뒤를 이었다. 유실물 10개 중 약 7개는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물건이 아닌데도 가져가려는 승객들로 인해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2019년부터 유실물 수령 시 신원확인을 꼭 거친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분실 위치와 시간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실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탐색할 수 있어서다. 유실물은 열차에서 내린 시각, 내린 문 위치, 열차 내 물건 위치가 가장 중요한 정보다.

유실물은 지하철 역→유실물센터→경찰 순으로 보관·처리된다. 유실물센터에서 찾아가지 않은 물건은 경찰서로 이관되거나 경찰 승인 하에 사회복지단체에 무상으로 제공된다. 지하철역에서 일정기간(일주일 이내) 보관된 후 유실물센터로 인계돼 최대 6개월 간 보관된다. 유실물센터는 총 4곳으로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운영한다. 유실물센터가 위치한 역사(시청, 충무로, 왕십리, 태릉입구) 4곳에선 물품보관함(T-Locker)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김성은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장은 “잃어버리기 쉬운 지갑, 가방에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넣어두면 분실했더라도 100% 찾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