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한국 기업이 단 1개도 없을 정도로 국내 민간 부문의 역동성이 떨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제 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에 최근 10년 동안 미국 기업 9개, 중국 기업 11개, 일본 기업 5개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한국 기업의 신규 진입은 전혀 없었다. 삼성전자 혼자서 100위권 안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3계단 떨어진 16위를 차지했다. 다른 국내 기업들은 현대자동차 189위, SK하이닉스 296위 등으로 100위권 밖이었다. 반면 올해 100대 기업 중 미국 업체는 37개, 중국 18개, 일본은 8개로 한국을 앞섰다. 이들 나라에 비해 한국이 정체돼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기업들이 활력을 잃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나라들의 경제가 뒷걸음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이지만, 민간 부문의 활력을 되찾는 것도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는 동안 한국은 3개만 교체됐다. 교체된 기업의 업종을 살펴보면 미국은 에너지·제조업이 IT·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대체된 반면, 한국은 신산업의 출현이 전무했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가속화되고 있어 혁신 강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가 원활치 않아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창업 기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은 14.4%에 그쳤고, 생계형 등 비(非)기회형 창업이 대부분(85.6%)을 차지했다. 기회형 창업이 주요 선진국(미국 54%)처럼 많아져야 혁신이 활발해진다. 정부는 기회형 창업을 어렵게 하고 기업의 신산업 개척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없애는 등 혁신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사설]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 전무… 혁신 여건 조성해야
입력 2020-12-1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