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상에 유행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를 포함해 80여종에 달한다. 이들 감염병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모습을 드러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인 지금,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다섯 번째 대담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 환경과 기독교’다. 대담에는 몽골 은총의 숲 조성, 태양광 발전소 설치 등 한국교회 환경선교에 앞장서온 김기석(64) 청파교회 목사와 이진형(49)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고, 그분의 피조세계를 돌보는 사명을 맡은 그리스도인만큼 기후위기 문제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없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한국교회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대담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의 청파교회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다섯 번째 대담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 환경과 기독교’다. 대담에는 몽골 은총의 숲 조성, 태양광 발전소 설치 등 한국교회 환경선교에 앞장서온 김기석(64) 청파교회 목사와 이진형(49)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고, 그분의 피조세계를 돌보는 사명을 맡은 그리스도인만큼 기후위기 문제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없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한국교회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대담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의 청파교회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 중입니다.
김기석 목사=한 번도 경험치 못한 일이라 누구나 당혹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불확실한 안개가 걷혀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코로나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삶도 재빨리 회복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인간은 심각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적응해 왔습니다. 난감하긴 하지만, 결국 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일상 가운데 아름다움을 발견한 능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제 친구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한데, 이제 우리에게 ‘명랑의 둘레를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황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명랑의 둘레를 만들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손을 지그시 잡아주며 서로 격려하며 지내야 할 때입니다.
이진형 사무총장=코로나 상황의 특수성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뿐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도 같이 고통스럽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향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의미도 됩니다.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애쓰는 마음이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있다는 걸 기억한다면 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유행과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앙적 측면에서 볼 때, 그리스도인은 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김 목사=기후변화 심각성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정도는 인식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새 이를 다루는 표현이 달라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처음엔 기후변화라고 쓰다가 최근 들어서는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고 합니다. 급기야 기후붕괴란 말도 씁니다. 이렇게 표현이 변화되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그만큼 심각합니다. 묵시적으로 겁주기 위한 표현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상당히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기후위기라는 현실이 이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의 공간입니다. 이제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 대응을 해야 하는데, 저는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창조자라고 고백합니다. 피조세계가 제 역할을 다 하도록 돌보는 게 인간의 과제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맡겨진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거나 돌보지 못한 참회 역시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야말로 기후변화에 가장 앞장서 대응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종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교회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사무총장=코로나19도 그렇지만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을 지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지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예배를 드린다며 방역지침을 어긴 일부 교회 때문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는데, 왜 교회만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느냐는 의미라고 봅니다. 기후위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기후위기 시대에 감당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 빠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년 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됩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사회 구성원이 노력 중입니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이 사무총장=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란 공감대가 한국교회 내 형성돼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교단이나 교회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이게 가장 문제입니다. 제가 속한 기환연은 작은 단체지만 한국교회의 환경선교 사명을 위임받았다는 사명감으로 내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려 합니다. 최근 제안한 게 ‘그린 엑소더스’ 사업입니다. 교회 변화는 예배로부터 오기 때문에, 먼저 기후주일을 제정해 함께 기후위기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합니다. ‘한국교회 탈 탄소 선언’과 함께 기후 난민을 돕고 생태계 복구에 활용하는 ‘삭개오 기금’도 모금하려 합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대안 경제도 제안할 계획입니다. 우리의 의식만 바뀌는 게 아니라 경제 체제를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삶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 셈입니다.
김 목사= 삶을 바꾸는 문제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번개처럼 던진 메시지는 지금 같은 삶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환경을 위해 자신을 제한하는 게 행복을 저해하는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막상 해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 왜냐면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의미라는 게 우리 속에 들어오는 순간,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공포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끝없는 욕망을 뒤쫒아선 안 됩니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교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목사=답은 간단합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전염병과 같이 살아야 합니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을 바꿨습니다. 이전엔 성도를 교회에 모았지만, 이제는 목회자가 성도의 현장으로 갑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전엔 교회를 구원의 방주라고 봤다면 지금은 삶의 자리에서 주님이 밝히는 등불로 어두운 세상 밝힌다는 자각이 한국교회에 생긴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 가운데 어려움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이들의 삶의 자리로 가 마음으로 물질로 함께했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질 수 있으나 내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이는 또 추락한 한국교회의 대사회 공신력을 회복할 기회도 될 것입니다.
이 사무총장=저 역시 한국교회가 소외된 곳을 찾아가 ‘가장 작은 존재’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기후위기에 우리가 눈 뜰 수 있던 것도 이전에 듣지 못했던 창조세계의 가장 작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펭귄의 배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고민해본 적 없었습니다. 바다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낮은 곳으로, 우리 사회의 작은 존재를 찾아가는 한국교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팬데믹 속에서 새해를 맞는 그리스도인에게 권하고 싶은 성경 말씀이 있을까요.
이 사무총장=누가복음 6장 36절 말씀입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 길어진 코로나 상황으로 올해 다들 지치고 여유 없이 지냈을 테지만, 내년엔 그리스도인이 좀 더 너른 품을 갖자는 의미입니다.
김 목사=코로나 문제는 갑자기 예기치 않게 찾아왔습니다. 이 문제가 우리의 시야를 다 가려 당장은 눈앞이 캄캄합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떨어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의 보람은 당연한 문제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마음에서 시편 36편 5~6절 말씀을 권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에 있고 주의 진실하심이 공중에 사무쳤으며 주의 의는 하나님의 산들과 같고 주의 심판은 큰 바다와 같으니이다. 여호와여 주는 사람과 짐승을 구하여 주시나이다.” 이 말씀에 나를 잇대봅시다. 주님의 위대함을 늘 생각하면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어렵긴 해도 결국 견뎌내겠다는 마음을 지닙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