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전면전으로 마스크 너머 모두가 생존고투인 와중에 홀로 고속질주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한국판 뉴딜이다. K뉴딜은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를 맞아 정의로운 전환, 세계 선도국가를 비전으로 삼은 대한민국 혁신전략이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의 세 축에 지역균형 뉴딜과 사회적 대화 기반이 더해졌고 지역별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10대 대표과제와 321개 세부사업에 2025년까지 114조1000억원, 2021년에만 21조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초정권적 국가 개조라는 구상의 과감성, 범위와 체계의 진화 속도가 경이롭다. 후버댐 같은 정부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대공황 극복으로 요약되는 미국판 뉴딜의 변주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의 표준이 되는 대한민국으로 도약하자는 정부 주도의 거대담론이 K뉴딜이다.
소득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환경 문제, 신종 감염병은 능력 있는 정부의 광범위하고 영민한 역할을 요구한다. 시장과 민간에 맡겨두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는 영역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만능이 아니듯 정부도 만능은 아니다. 정부 조직은 경쟁이 제한적이고 성과의 모니터링이 어려워 ‘주인-대리인 문제’와 조직 비효율성 문제가 늘상 내재돼 있다. 동물적인 생존 본능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고 과감하게 변신을 감행하는 민간 부문에 비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정밀타격해낼 전문성과 유연성 면에서도 취약하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정권 창출, 즉 권력이기에 백년대계의 의사결정이 선거 바람에 휘둘리는 것도 위험요소다. 공공복리의 목표를 달성할 묘안임에도 역사적·문화적·규범적 토대와 엇박자가 나서 정책이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의 경험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자리잡으면 정부는 기능을 상실하고,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일 때에도 증세는 정치적 금기어가 된다.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가 끌고 미는 K뉴딜의 운명도 예외가 아니다.
K뉴딜의 구상이 아직 미완임에도 기한이 2025년까지로 빠듯한 것은 K뉴딜이 국정과제에 밀접히 맞닿아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새로운 추진력으로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정부의 선의는 의심할 바 아니나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서는 안 된다. K뉴딜이 산업화 시대의 고속성장 속도감에 민주화운동의 가치적 우월성과 과감성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주도형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시장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을 냉철하게 구분하자. 시장이 할 일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 더 잘 기능하도록 돕고, 정부의 역량과 한계 안에서 시장과 협업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미래의 주인으로서 결정하고 책임질 공간과 권한을 획기적으로 더 열어줘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영광을 뒤로하고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자. 선거 때문에 조급하게 추진하는 일은 없는지 정직하게 자문하고, 속전속결과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의례에 아로새겨진 자유의 가치를 정의로운 전환의 지향점으로 정립해야 한다.
2020년의 대한민국은 썩은 초가지붕 걷어내듯 개조될 수도, 개조해서도 안 된다. 새것과 옛것이 숙성된 조화와 균형의 맛을 내고, 각자의 불완전함과 부분적 정의가 존중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자유롭게 발산해 찬란한 광채를 이루는 나라가 K뉴딜이 세계에 선보일 대한민국이길 바란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