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연장 역전 드라마… 울산 ‘Again 2012’

입력 2020-12-14 04:02
울산 현대 공격수 주니오(왼쪽)가 13일 카타르 자심빈아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동부 준결승에서 일본 J리그 팀 비셀 고베를 상대로 연장 후반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 비욘 존슨과 환호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19일 결승에서 이란팀 페르세폴리스 FC를 만나 8년 만의 무패우승에 도전한다. EPA연합뉴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마지막으로 남은 프로축구 K리그 대표 울산 현대가 연장 승부 끝에 일본 J리그 팀에 역전을 거두고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예상보다 벅찬 경기였지만 우승을 향한 열망이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어놨다. 무패우승을 했던 2012년이 떠오르는 기세다.

울산은 13일 카타르 자심빈아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ACL 동부 준결승 상대로 비셀 고베를 만나 연장 후반 주니오의 페널티킥 골로 2대1 역전승했다. 조별리그부터 이날 승리까지 8승1무, 이번 대회 전경기 무패행진이다.

전반은 촘촘한 패스를 앞세운 울산의 공세 속에 고베가 전방 압박으로 역습을 노리는 양상이었다. 울산은 상대 진영 깊숙이 장신 미드필더 고명진을 배치해 상대가 후방에서부터 공을 전개해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고베는 앞서 3골을 넣은 후루하시 쿄고 등이 울산 수비를 적극 압박해 실수를 노렸다. 울산은 전반 6대4 정도로 공을 더 점유했지만 김인성이 일대일 기회를 연달아 잡고도 모두 골문 밖으로 슈팅을 날린 게 아쉬웠다.

기회를 내내 살리지 못하던 울산은 곧 대가를 치렀다. 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고베 주장 야마구치 호타루가 울산 수비를 피해 뒤에서부터 달려들며 그대로 낮고 정확한 슈팅을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조수혁 골키퍼가 미처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구석으로 향한 공이였다.

울산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한 2012년 우승멤버 이근호에 노르웨이 공격수 비욘 존슨, 대표팀 측면 수비수 홍철과 김태환까지 교체로 더하며 반격, 간신히 승부의 추를 돌려놨다. 김인성이 후반 36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상대 페널티박스 왼편에서 받아 윤빛가람에게 내줬다. 윤빛가람이 이를 그대로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하자 공은 비욘 존슨 다리에 맞고 굴절돼 골망을 갈랐다.

울산은 이후에도 공격에 무게중심을 싣고 상대를 몰아붙였다. 양 측면으로부터 상대 골문 앞으로 크로스가 쇄도했으나 마무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 이근호가 왼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주니오가 방향을 절묘하게 뒤편으로 돌린 게 아슬아슬하게 상대 골포스트에 맞고 튕겨나왔다. 연장 들어 울산은 상대로 몰아붙이다가도 흐름을 뺏기면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몇 차례나 내줬다. 조수혁 골키퍼가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아찔했을 순간이었다.

마지막 기회는 극적으로 찾아왔다. 내내 선방을 거듭하던 고베의 마에카와 다이야 골키퍼가 연장 후반 13분 고베 골문으로 넘어온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달려들던 울산 주니오와 경합했다. 주니오가 영리하게 왼쪽 어깨를 먼저 집어넣자 공을 잡아채려던 마에카와 골키퍼가 이를 넘어뜨렸고 그대로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주니오는 왼쪽 아래 낮고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부상으로 출전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고베의 스페인 대표 출신 미드필더 안드레 이니에스타는 좌절한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울산은 19일 서부 준결승 승자인 이란팀 페르세폴리스 FC와 ACL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으로 맞붙는다. K리그는 이미 5회로 이 대회 최다 우승을 달리고 있다. 울산이 이긴다면 K리그 우승횟수를 6회로 늘림과 동시에 자신들의 2번째 우승을 달성, K리그 팀 중 최다 우승팀인 전북 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